[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쿠팡에서 3370만건의 역대급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지고 이후 청문회에서도 쿠팡 측이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쿠팡을 탈퇴하는 '탈팡'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체 플랫폼이 등장하기 어렵다는 한계에 따라 이번 사태가 실제 이용 행태 변화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9일 본지 기자와 만난 쿠팡 와우(유료 멤버십) 가입자였던 권지영(30·여)씨는 지난 17일 쿠팡 청문회를 지켜본 뒤 탈퇴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권씨는 "한국말을 못하는 쿠팡 임시 대표가 나와 무성의하게 답변하는 걸 보니 분노를 넘어 허탈함을 느꼈다"며 "개인정보가 몽땅 유출돼 나도 모르는 새 돈이 빠져나갈까 두려워하는 고객들에게 기업이 어떻게 책임지겠다는지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강여은(33·여)씨는 "쿠팡 청문회를 보고 나니 한국을 무시하는 것인가 싶고 너무 괘씸하더라"며 "혹시나 해서 와우 해지만 하고 그냥 놔뒀는데 결국 쿠팡에서 탈퇴했다"고 말했다.
쿠팡은 회원 탈퇴 규모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지난 9일 데이터 테크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쿠팡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1594만746명으로, 역대 최대 일간 이용자를 기록한 지난 1일 1798만8845명에 비해 204만명 넘게 줄었다.
3살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 김원희(34·여)씨는 쿠팡 대안 플랫폼을 찾기 어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쓰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식료품은 새벽 배송이 가능한 컬리(온라인 쇼핑몰)를 이용하면 되지만 생필품은 쿠팡을 끊기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대체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당분간이라도 쿠팡 매출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 쿠팡에서 이용 빈도를 낮추고 있다"며 "지난달 12건이던 구매 횟수가 이번 달에는 아직 1건뿐이다"라고 말했다.
방동석(34·남)씨는 "이미 한국은 쿠팡 식민지 아니냐"며 "인터넷 주문 특성상 물건도 안 본 상태로 돈을 먼저 내고 기다려야 하는데 쿠팡처럼 환불, 교환이 잘 이뤄지는 플랫폼이 없다"고 했다.
쿠팡의 막대한 물류 투자 역시 소비자 이탈이 쉽지 않은 구조적 요인으로 꼽혔다. 쿠팡은 인구 소멸 지역에도 물류센터를 짓는 등 2024년 말까지 배송 인프라 구축에 6조600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를 단기간에 경쟁사들이 따라잡기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쿠팡의 이 같은 투자로 인해 현재는 사실상 전국이 '쿠세권'(쿠팡의 익일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생활권)에 속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 수준의 물류 인프라를 지금 시점에서 새로 마련하려면 쿠팡이 기존에 투자한 금액의 세 배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쿠팡과 동일한 수준의 물류 인프라를 갖춘 플랫폼이 나오기 쉽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일시적으로 탈팡 현상이 일어날 수는 있지만 소비자들이 크게 이탈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향후 규제 법안이 생기더라도 소비자 선택 자체를 막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chogiza@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