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대변인 "당 지도부 입장 결정해 통보"
정쟁에 회담 성과 가려져...지지율 소폭 반등
성과 홍보 집중키로 한 것 복잡한 사정 반영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현직 대통령의 형사 재판을 중지하는 '재판 중지법' 추진을 공식화한 지 하루 만에 번복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전날까지만 해도 야당의 '이재명 대통령 재판 재개' 공세에 맞서 이 법안을 '국정 안정화법'으로 명명하며 연내 처리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의욕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 등 지도부 간담회를 통해 '국정 안정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재판 중지법을 아예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본회의에 계류된 상태로 유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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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제80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으로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를 향해 이동하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25.09.22 yooksa@newspim.com |
박 수석대변인은 '재판 중지법' 추진 철회 이유에 대해 "이 문제를 지도부 차원에서 논의해 봐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있었고, 논의에서 APEC과 관세 협상 성과를 국민께 보고하는 데 집중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서 그렇게 결정해 대통령실에 통보했고 수용됐다"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실로부터 메시지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대통령실이) 어떤 입장을 사전에 밝힌 바 없고, 지도부 논의 결과를 (추후) 말씀드렸다"고 했다.
당 지도부가 결정해 대통령실에 통보한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여러 정황상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언론에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사정이 있을 개연성이 다분하다.
민주당은 하루 전인 2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연루된 민간업자들에 대한 1심 중형 선고를 계기로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재개해야 한다"고 공세를 펴자 '재판 중지법을 국정 안정법으로 부르겠다'며 "국정 안정법 논의가 지도부 차원으로 끌어올려질 가능성과, 이달 말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고 했다. 사실상 연내 처리를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박 수석대변인이 밝힌 이 같은 당의 입장도 대변인의 개인 입장은 아니었을 것이다. 박 수석대변인이 야당의 공세에 적극 대응할 수 있겠지만 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변인이 법안의 명칭을 바꾸고 연내 처리를 시사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적어도 사전에 핵심 지도부와 사전 조율을 거친 것으로 보는 게 상식적이다. 갑자기 바꿀 이유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당의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실의 메시지가 없었다고 했지만 이 같은 의문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의 브리핑으로 해소됐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당이 추진하는 사법 개혁에서 재판 중지법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말아 달라"고 했다. 대통령실의 메시지에 입장이 바뀐 것이다.
여기에는 재판 중지법 논란 등이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를 가려 버린 측면이 있다는 대통령실의 불만이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국민적 관심사였던 관세 협상이 무난하게 마무리된 데다 한중 간 70조 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에 합의하는 등 정상회담에서 나온 나름의 성과가 재판 중지법 논란에 묻히고 있다는 대통령실과 진보 진영 내부의 비판을 수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반등에 그친 여론 흐름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달 27~31일 전국 18세 이상 2517명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직전 조사보다 1.8%포인트(p) 오른 수치다. 부정 평가는 43.3%로 직전 조사보다 1.6%P 떨어졌다.
이번 조사는 한미 정상회담(29일) 결과가 반영된 조사다. 관세 협상과 핵잠수함 건조 발판 마련 등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비해서는 반등 폭이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성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여권은 보는 것 같다.
민주당의 갑작스런 입장 변화는 대통령실의 요청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민주당이 재판 중지법 논란 등 정쟁을 접고 정상회담과 APEC 성과 홍보에 집중하기로 한 것에 여권의 복잡한 속내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leejc@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