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C 규제 통신서 전력용으로 번질 가능성↑
현지화·거점 전략으로 글로벌 빅4 틈새 공략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미국이 중국산 통신용 해저케이블의 자국 사업 참여를 차단하면서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력용 해저케이블까지 규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공지능(AI) 산업 확산과 전력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내 전선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과 대한전선은 미국의 중국산 배제 기조 속에서 북미 전력망 투자의 대표적 수혜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 미국 시장, AI 전력망 확충에 케이블 수요 폭증
실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산 통신용 해저케이블에 대해 "중국과 같은 전략적 경쟁국의 해저케이블 사업 참여를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규제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FCC는 자국 해저케이블을 수리·유지(MRO)할 때도 미국산 선박 또는 비(非)중국 기술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업계는 이러한 조치가 통신용에 국한되지 않고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HVDC 전력용 해저케이블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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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직원이 구미 공장에서 초고압 직류(HVDC) 케이블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LS전선] |
미국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해상풍력 단지 조성으로 HVDC 전력망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에 따르면 글로벌 HVDC 케이블 시장은 2024년 96억 달러에서 2034년 599억 달러로 6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규제를 계기로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가 차단되면서 한국 기업이 기술력과 공급망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LS·대한전선, 현지화·거점 확장으로 대응
글로벌 HVDC 케이블 시장은 프리미안, 넥상스, NKT, LS전선 등 빅4가 장악하고 있으나, 유럽 3사는 자국·유럽 중심 사업에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반면 LS전선은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구축해 납기와 비용 경쟁력에서 우위를 노리고 있으며, 대한전선도 베트남 공장을 통한 글로벌 공급망 확장을 추진 중이다.
LS전선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 1조 원 규모 HVDC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 중이다. 자회사 LS그린링크가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2027년 3분기 완공, 2028년 1분기 양산을 목표로 한다.
특히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에 합류해 해저케이블과 전력기기·소재 분야에 4조원 규모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북미 인프라 수요 선점을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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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이 미국에서 케이블 포설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대한전선] |
대한전선은 동남아를 교두보로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강화한다. 자회사 대한비나는 약 750억원을 투입해 초고압 케이블 신규 공장을 내년 상반기 착공,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공장을 활용해 북미·유럽·오세아니아 등 주요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FCC 규제가 통신용에 그치지 않고 전력용 해저케이블로 확대되면 중국 업체의 미국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한국 기업들이 북미와 유럽을 잇는 투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