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가장 많은 화재 원인, '부주의로 인한 화재'
'리튬배터리·멀티탭' 등 전기적 화재 발생...전체 화재 4분의 1
"여름철 과열로 이어지기 쉬워…멀티탭 지양하고 기기 열 식혀야"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최근 서울 마포구 아파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의 원인으로 전동 킥보드 리튬이온배터리 발화가 지목되는 가운데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화재의 4분의 1가량이 '전기적 요인' 때문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화재 원인 가운데 두 번째로 크며 여름철에는 가장 큰 비중이다.
19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방청이 발표한 '2024년도 화재통계연감'에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발생한 전체 화재 40만5977건 가운데 전기적 요인은 9만6901건(23.9%)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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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전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이 아파트에서는 전날 오전 8시 11분께 화재가 발생해 모자 관계인 20대 남성과 60대 여성 등 2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사진=뉴스핌 DB] |
◆ 마포 아파트 모자 사망, 부산 자매 사망 화재도 '전기적 요인'
전기적 요인은 배터리·전선·멀티탭 등 전기기기 이상에서 비롯된다. ▲누전·지락 ▲접촉 불량에 의한 단락 ▲절연 열화 ▲과부하·과전류 ▲압착·손상에 의한 단락 ▲층간 단락 ▲트래킹 현상(콘센트 먼지 등으로 절연 성능이 저하돼 발생하는 현상) ▲반단선(전선 일부 단선) 등을 포함한다.
지난 17일 사상자 18명이 발생한 서울 마포구 아파트 화재 원인으로 충전 중이던 전동스쿠터 배터리가 추정되는데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로 분류된다.
멀티탭 과부화로 인한 화재도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에 속한다. 7월 2일 부산 기장군 아파트 화재로 8세, 6세 자매가 사망했던 사건과, 6월 24일 부산 개금동 아파트 화재로 초등학생 자매 2명이 숨진 사건 등이다.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재산 피해액은 전체 화재 요인 중 두 번째로 많다. 같은 기간 전체 재산 피해액은 약 7조4259억원이었다. 이 중 원인 미상 화재로 인한 피해가 약 3조1000억원(41.9%)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전기적 요인 약 1조9000억원(26.4%), 부주의 약 1조1000억원(14.9%), 기계적 요인 약 4000억원(5.8%)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화재 원인으로는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나타났다. 이는 20만931건(49.5%)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한다.
세부 원인으로는 담배꽁초가 6만1408건(30.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음식물 조리 중 부주의 3만2771건(16.3%), 불씨·불꽃 방치 2만6956건(13.4%), 쓰레기 소각 2만5928건(12.9%) 순이다.
기계적 요인(4만2541건·10.5%)은 세 번째로 많은 화재 원인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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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서 2024년까지 주요 발화요인 현황. [사진=소방청 제공] |
◆ 여름철 화재는 '전기적 요인'이 최다…지난해 8월에만 1200여 건 발생
사망자는 전체 3132명 중 원인 미상이 975명(31.1%)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부주의 727명(23.2%), 방화·방화 의심 627명(20.0%), 전기적 요인 476명(15.2%) 순이다.
부상자의 경우 전체 2만252명 중 8199명(40.5%)이 부주의 화재에서 나왔다. 이어 미상(3597명·17.8%), 전기적 요인(3392명·16.7%), 기계적 요인(1102명·5.4%) 순으로 많았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가장 많이 발생한 화재 요인은 역시 부주의가 1만6922건(전체 3만7614건 중 45.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기적 요인(1만587건·28.1%), 기계적 요인(3823건·10.2%), 미상(3053건·8.1%), 화학적 요인(966건·2.6%) 순이다.
이 중 여름철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화재는 전기적 요인이었다. 전체 화재 발생 3만7614건 중 1만587건(28.1%)을 차지했다. 이 중 여름철인 8월에는 1292건(12.2%), 7월에는 1209건(11.4%)이 발생해 다른 계절에 비해 많았다.
봄철인 3월에는 부주의에 의한 화재가 2064건(12.2%)로 가장 많았다. 기계적 요인은 겨울철인 1월에 392건(10.3%)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여름철에는 주위 온도가 높아져 전자기기와 전선 온도가 올라가 과열로 인한 화재로 이어지기 쉽다. 갈수록 더 더워지는 기후도 원인 중 하나"라며 "전열기구는 멀티탭 사용보다 단독으로 콘센트에 꽂고 에어컨은 계속 가동하기보다 잠시 멈춰 실외기 내부 열을 식힐 수 있는 시간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