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세계 금융시장에서 주가는 고점을 거듭 경신하며 상승일로인 반면 국채 가격은 가라앉고 있다.
이는 단순한 투자금 이동에서 비롯된 현상이 아니라 각국이 통화 가치의 평가절하를 통해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이른바 '통화 리셋'의 불안감이 투자자 사이에서 엄습한 결과라고 월가의 전문가가 주장했다.
![]() |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헤지펀드인 원리버애셋매니지먼트의 에릭 피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4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시가총액 4조달러 돌파'를 주제로 한 기고문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피터스 CIO는 엔비디아가 역사상 최초로 시총 4조달러를 돌파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버튼'하나로 통화 공급량을 무한정 늘릴 수 있는 시대에서 이런 숫자 자체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했다.
연준의 발권력 동원뿐 아니라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쪽으로 정책 편향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기록 경신은 투자자의 화폐가치 하락 대비 움직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피터스 CIO는 분석했다.
피터스 CIO는 주식시장 개별 기업의 수익률 면면을 보면 투자자들의 통화가치 보전 욕구가 보인다고 했다.
2022년 주식시장의 약세장 저점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1452%, 메타는 750%, 코인베이스는 1100%, 팔란티어는 2352% 급등했는데 관련 기업은 모두 인공지능이나 블록체인이라는 미래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곳들이다.
그는 미래 기술 최전선에 있는 기업이 유독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이른바 '통화 리셋'을 의식한 투자자들이 '지속적인 경제적 가치 창출'이 가능한 곳들을 찾아나섰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런 점에서 국채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피터스 CIO의 시각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부채와 지출 확대 편향적인 정책의 구조 속에서 투자자들에게 부채 문제는 사실상 화폐 가치 절하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선택지는 '국채 회피'뿐으로 제한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피터스 CIO는 결국 정부가 자신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주체들, 즉 약소국의 정부나 은행, 보험사, 연기금에 더 많은 국채를 보유하도록 강요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금값이 2022년 약세장 저점 이후 108%나 뛰어올라 주식 못지 않은 수익률을 낸 것 또한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중앙은행이나 베이비부머들이 화폐가치 절하의 염려 속에서 택한 자산군이라고 했다.
피터스 CIO는 이른바 '통화 리셋'의 불안감이 확산하는 국면에서는 국채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산에서 가격 부양 효과가 발생할 것이므로 '절대가격'보다 '상대가격'의 움직임이 세상의 트렌드를 읽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예로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유럽 주가지수 스톡스50 전체와 같고 독일 주가지수 DAX의 시총이 비트코인보다도 낮다는 점은 현재 투자자들의 가치 보전의 욕구가 어디로 향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