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상승 아직 초기 단계"...기관 주도의 강세장
규제 명확성 기대…'크립토 위크' 입법 본격화
중장기 상승론은 여전…"불마켓 지속 가능성"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2만달러를 돌파한 뒤 급락하며 단기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알트코인과 암호화폐 관련 주식들도 혼조세를 보였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을 일시적 차익 실현에 따른 조정으로 보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 '크립토 위크(Crypto Week)'가 시작되면서 제도권 편입 기대는 여전히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전날 한때 12만3,000달러를 돌파했지만 이후 약 4% 넘게 하락하며, 한국시간 15일 오후 6시 40분 현재 11만6,829달러선까지 밀렸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직후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단기 차익실현 심리가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알트코인 시장도 하락세가 뚜렷했다. 이더리움은 24시간 전보다 2.22% 하락했고, XRP는 3.04%, 솔라나는 4.6%, 도지코인은 7.6% 각각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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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 차트, 자료=야후 파이낸스, 2025.07.15 koinwon@newspim.com |
◆ "이번 상승 아직 초기 단계"...기관 주도의 강세장
디지털 자산 운용사 아르카(Arca)의 제프 도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랠리는 시장 꼭지와는 거리가 멀다"며, "올해 초 ETF 출시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당시와 같은 파생상품 과열 조짐이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상승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진단했다.
유럽 기반 거래소 비트판다의 에릭 데무스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정부 재정 부채 회피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금 시장(22조달러 규모)에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비트코인의 잠재 가격으로 23만3,000달러를 언급하며 "기관투자자와 각국 정부가 자산으로 받아들이는 흐름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규제 명확성 기대…'크립토 위크' 입법 본격화
이번 조정 국면과 맞물려, 미국 의회에서도 암호화폐 관련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이번 주를 '크립토 위크'로 지정하고, 가상자산 산업 전반을 다룰 주요 법안들을 집중 심의하고 있다.
논의 중인 법안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준비금 요건을 규정한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 ▲디지털 자산의 규제 체계를 정립하는 '클래러티 법안(CLARITY Act)',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제한하는 '반(反) CBDC 법안'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맞춰 글로벌 은행들도 암호화폐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은 런던 지점을 통해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주요 은행이 공식적으로 암호화폐 현물 거래에 나선 것은 업계에서도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 중장기 상승론은 여전…"불마켓 지속 가능성"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을 단기적인 '건강한 조정'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투자사 번스타인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강세장은 과거와 달리 단기 열풍이 아닌, 제도권 기반의 구조적 상승세"라며 "비트코인은 2025년 말에서 2026년 초 사이 20만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기존 전망을 재확인했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상승장을 "길고도 버거운(long and exhausting)" 강세장이라고 규정하며, 주요 동력이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자에게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스페인 경제지 엘 파이스(Cinco Días)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세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12만달러를 돌파한 것은 암호화폐가 기존 통화체제와 분리된 독립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