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돌풍'...농심·대상·롯데 등 해외 생산 확대
국내 보다 해외...식품가 비전은 '글로벌 도약'
물류부담 가중도 영향...유럽향 선적 2주 이상 지연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해상 물류대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식품업체들이 해외 현지공장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물류·운송비 부담도 커진 만큼 현지 생산기지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업체마다 해외 현지 공장 설립 및 증설 계획이 줄줄이 잡혀있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 대상, 롯데웰푸드, 풀무원 등 주요 식품업체들은 올해 해외 현지 공장을 설립을 추진 또는 검토 중이다. 국내 시장이 수년째 정체되자 성장성이 높은 해외 시장 투자를 본격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농심은 올해 하반기 미국 캘리포니아 제2공장 생산라인 증설에 착수한다. 미국 현지에서 라면 수요가 늘어난 점을 감안해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취지다.
농심은 2005년 미국 LA공장을 가동하며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 2022년에는 캘리포니아 제2공장을 완공, 생산능력을 70% 올렸으며 여기에 올해 추가 생산라인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내년에는 미국 제3공장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공장 부지 등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농심은 오는 2030년까지 매출 15억 달러를 달성, 미국 라면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2030년까지 미국 현지 매출을 세 배 이상 높이겠다는 것이다.
농심 미국 제2공장 외경. [사진= 농심] |
대상도 올 하반기 안에 폴란드 김치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대상은 김치 브랜드 '종가'를 중심으로 해외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22년 미국 LA에 연간 2000t의 김치를 생산할 수 있는 현지공장을 완공한데 이어 11번째 해외 생산기지인 폴란드 공장 설립에 나선 것이다.
올 하반기에는 폴란드 김치공장을 완공, 유럽 시장에 힘을 준다. 폴란드 현지 업체와의 합작법인인 '대상 ChPN 유럽'를 통해 운영하는 폴란드 김치 공장은 연간 3000t의 김치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시장에 김치 판매를 본격화 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웰푸드는 이르면 오는 4월 인도 푸네시에 설립 중인 대규모 빙과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2017년 롯데웰푸드가 인도 빙과법인 하브모어를 인수한 이후 처음 투자한 신규 공장이다. 해당 공장이 완공되면 인도 빙과법인의 생산능력은 기존 대비 2배 확대된다.
인도 시장에 빼빼로 공장 설립에도 나선다. 롯데웰푸드는 이달 초 인도 현지법인인 롯데 인디아의 하리아나 공장에 21억루피(약 330억원)의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
인도에서 빼빼로 제품 인기가 높아지는 점에 착안해 빼빼로 생산시설 증설, 오는 2025년 본격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웰푸드는 '빼빼로' 글로벌 통합 모델로 뉴진스를 발탁, 해외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풀무원은 올해 상반기 중 미국 동부 메사추세츠에 위치한 두부 생산기지인 아이어공장 증설에 나선다. 아이어 두부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풀무원은 세계 최대 규모 두부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길로이 공장 생면 생산라인 증설을 완료한데 이어 올해 현지 두부 공장도 증설을 추진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오뚜기도 미국 내 생산공장 설립을 위한 부지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오뚜기는 지난해 3분기 미국 생산법인 '오뚜기 푸드 아메리카'를 출범시키고 현지 공장 설립 계획을 알린 바 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해외 현지 기업을 인수한 사례도 눈에 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0월 필리핀펩시(PCPP)를 종속 기업으로 편입한 바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필리핀펩시를 통해 밀키스, 레쓰비 등 자사 제품을 현지 생산, 공급에 나설 전망이다.
식품기업들이 해외 현지 생산시설 설립을 본격화한 주 요인은 K푸드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들의 관심 때문이다. 수년째 침체된 내수시장 대신 해외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생산하는 만큼 현지인 입맛에 맞는 제품을 내놓기에도 수월하다.
해상 물류대란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이들 기업들의 현지 공장 설립에 영향을 줬다. 그간 코로나19,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친데다 최근 홍해를 비롯한 중동 리스크로 물류 부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이 있는 먹거리 특성상 물류대란에 따른 운송지연도 골칫거리다. 홍해 교전이 장기화, 아시아에서 북미·유럽향 최단거리인 홍해와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항로가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짧은 항로 대신 돌아가는 항로를 선택하면서 수출 및 수입품의 운송이 2주 이상 지연되고 물류비도 치솟고 있다. 수출 대신 현지 생산을 선택하면 이같은 물류부담을 덜 수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상 물류대란이 대비해 유럽쪽 컨테이너 선적을 늘렸기 때문에 당장 제품 공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운임비 등 부담이 있는 것은 맞다"며 "비단 식품뿐 아니라 전반적인 수출업체들이 겪는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