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따움 점주들 "가맹비는 냈는데 챙겨주긴 올리브영 더 챙겨"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가맹비는 저희가 냈는데 챙겨주긴 올리브영을 더 챙겨주고 있어요."
22일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가맹점 브랜드인 아리따움을 운영하는 가맹점주 150명이 점포에 '휴점'을 써 붙이고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으로 모였다.
노연경 산업부 기자 |
작년 말 기준 아리따움 가맹점 수가 520여 개인 것을 감안하면 가맹점주 3분의 1가량이 모인 것이다. 영업 손해까지 감수하며 이렇게 많은 점주가 본사로 향한 이유는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가맹점주들의 주장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국정감사에서 약속한 가맹점 전용 상품 개발은 미루면서 온라인 플랫폼과 올리브영에 제품 공급을 확대했다.
코로나 기간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지면서 갑자기 사정이 어려워진 가맹점주들과 상생하겠다며 내놓은 방안이었다.
당시 국감에서 서경배 회장은 "점주님들은 우리 회사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했지만, 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이 가맹비를 받은 가맹사업자보다 올리브영 챙기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한다.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던 2020년 당시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시류가 변하는데 그에 대응하는 것 또한 개인사업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을 틀리다. 아리따움 점주들은 가맹비 몫으로 1000만원이 넘는 돈을 아모레퍼시픽에 지불했고, 브랜드 전략에 따라 때때로 바뀌는 인테리어 비용도 부담했다.
무엇보다 점주들이 여러 가맹 브랜드 중 아리따움을 택한 이유는 국내 최대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감 당시 상생에 힘쓰겠다는 서경배 회장의 말에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상생 협약이 국감 면피용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점주들이 체감하는 상생 협약은 '면피용'에 그치고 있다.
점주들은 상생협약 중 가장 중요한 아리따움 전용상품 매출 비중 50% 확대 조항이 협약 이후 3년이 지난 시점에도 지지부진한 상태로 머물고 있다며 그 사이 오히려 올리브영에 전용 상품이 더 많이 입점했다고 지적한다.
변화 없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리따움 가맹점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2019년 1186개에 달했던 아리따움 가맹점 수는 작년 말 반토막 수준인 520여개 수준으로 줄었고, 점주들에 따르면 현재는 410개 수준에 불과하다.
한 가맹점주는 "가맹본사와 지속해서 대화와 협의를 해왔으나 상생과 관련해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질 않았고, 3~4년 동안 가맹점 폐업만 계속됐다"며 "점주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화장품 로드숍 호황기던 2010년대 중반 아모레퍼시픽이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이윤을 남긴 데에는 가맹점주들의 역할도 컸다.
변화하는 소비 환경에 맞춰 유통 채널을 바꾸는 것은 회사 존속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일지만, 호황기를 가능하게 해준 가맹점주를 위한 대책 마련도 가맹본사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일 것이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