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노조 이어 가맹점주 본사 앞 집회 예고
희망퇴직·판매 채널 전환으로 갈등 심화 돼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실적 악화 속에서 아모레퍼시픽과 임직원, 가맹점주 사이의 갈등 골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아리따움가맹점주협의회는 오는 22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와 CJ올리브영 본사 앞에서 각각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리따움은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화장품 가맹점 브랜드다.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사진=아모레퍼시픽] |
가맹점주협의회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국정감사에서 약속했던 전용 상품 확대 등을 기다렸으나,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고 본사와 소통도 제자리걸음 수준이라 이번 집회를 강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과 화장품 가맹점 사이의 갈등은 코로나 확산이 시작된 2020년부터 본격화됐다. 오프라인 가맹점 매출은 급격히 줄고, 온라인 플랫폼으로 소비가 옮겨가면서 가맹점주들은 본사에 생존을 위한 대안 마련을 요구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뿐 아니라 미샤 등 다른 화장품 가맹점의 문제도 불거지면서 2020년 10월 서경배 회장은 국감에 출석하게 됐다. 이 자리에서 서 회장은 가맹점 전용 상품 확대 등 가맹점과 상생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아리따움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본사의 전용 상품 확대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고, 가맹점에선 인기 상품이 단종되고 올리브영 전용 상품만 늘어나고 있다"며 "가맹비를 내는 건 가맹점인데 올리브영만 키워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아모레퍼시픽과 갈등을 겪고 있는 대상은 가맹점주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아모레유니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아모레유니온은 처음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사무직이 주축이 돼 만든 노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에도 노조가 있지만 구성원의 90% 이상이 현장 판매직 혹은 공장 생산직이다.
이들은 지난해 회사가 조직개편을 이유로 기존 팀장을 팀원으로 강등시키고, 올해는 특정 직무를 만들어 비현실적인 목표를 채우라고 강요하는 등 희망퇴직을 강요해 지난 9월 노조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말 희망퇴직 종료 이후에도 희망퇴직 거부자를 향한 괴롭힘이 계속되고 있다며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진정을 넣었다고 밝혔다.
갈등 대상은 다르지만, 아모레퍼시픽을 둘러싼 가맹점주와 임직원 사이의 갈등 배경에는 실적 악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 영향으로 2020년 연간 영업이익이 70% 가까이 감소하자 그해 11월 창사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그럼에도 올 3분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44.4% 감소하는 등 실적 악화가 계속되자 단일 브랜드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 채널과 올리브영과 같은 멀티숍을 중심으로 판매 채널을 이동하고 있다.
그 결과 올 3분기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지만, 멀티 브랜드숍 채널 매출은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악화로 아모레퍼시픽이 몸집 줄이기와 유통 채널 전환에 나서면서 안팎으로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국감 이후 상생 협약에 따라 가맹점주와의 약속을 이행하고 있는 단계에서 집회 신고가 된 것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