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상 '도로 점용 허가' 관련 별도 규정 없어
도로점용 허가시 집회의 자유 위축 우려
"도로 점거는 불법 점거를 관행화한 불법의 일상화"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조민교 기자 = 지난 주말 대구시 퀴어축제에서의 유례없는 경찰과 대구시 공무원들간 충돌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이번 퀴어축제가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로,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더라도 형사법과 행정법 영역에서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집회를 강제로 해산해야 할 만큼 공공의 안녕질서에 명백한 위협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대구시의 행정대집행이 무리로 보고 이를 막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구시는 "집회 신고만 하면 도로 점용 허가 없이 도로를 점거하고 통행을 차단해 마음대로 집회를 하는 자유는 우리 법에 없다. 집시법에도 신고만 하면 도로 점용을 허가한다는 의제 조항도 없다. 공공 도로라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도로법에 있는 '시설 신설을 위해 도로를 점용하려면 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61조)'는 규정 등을 들고 있다.
19일 경찰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번 충돌은 집회 때 도로 점거가 허용되는지 여부가 법률에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 발생했다.
헌법 21조에는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를 가진다'고 돼 있다. 집회는 원칙적으로 신고만 하면 개최할 수 있도록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집시법에는 집회를 위해 무대 등을 도로에 설치하려면 '도로 점용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하는지에 관한 규정은 없다.
17일 오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대구 동성로 퀴어문화축제'를 둘러싸고 경찰과 대구시 공무원들간 격한 대치상황이 벌어진 가운데 축제참가자들이 동성로 일원서 퀴어문화축제를 즐기고 있다.[사진=독자제공] 2023.06.17 |
다만 집회신고 후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집회에 대해 도로점거를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적법한 신고를 마친 집회 개최 시 도로점용허가를 받게 하는 것은 집회의 신고제를 허가제로 변질시켜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 측은 그러나 이번에 문제가 된 동성로 거리는 집시법 시행령 제12조에 따라 집회가 제한된 구역이고, 집시법에는 집회 신고를 하면 도로점용허가를 당연히 받은 것으로 한다는 의제조항도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판결이 도로점용 허가를 대신할 수는 없다"며 "경찰 의견은 문재인(정부) 시절 불법 점거를 관행화한 불법의 일상화"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도로점거 사용 허가가 헙법에 명시된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과 관행처럼 이어진 도로 점거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물 사용 권한은 지자체에 있기는 하지만 따로 명시적인 법률적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그 권한이 행사되어야 한다고 본다"며 "도로가 공공의 영역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면 집시법상 신고 안했으면 문제되지만 신고했다면 불법이나 위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집회문화가 형성된 상태에서 이제와서 경찰서에서 허가도 내줬는데 그걸 불법 집회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도 있다고 본다. 민간 축제를 할 때 과거 정부가 그랬듯이 도로 점령하고 이런 식은 지양되는게 맞다"라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대구시장과 대구 경찰서장 간 원활한 협의가 사전에 있었어야 한다"며 "교통 장애가 얼만큼 유발되고 그것을 위한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등을 충분히 논의했어야 하는게 맞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