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최우선 과제는 수습"
혁신 표방했지만 성과는 '글쎄'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 패배 후 당 쇄신을 이끌 새 비상대책위원장에 4선 우상호 의원을 낙점했다.
선거 목전까지 쇄신 객체로 지목된 86그룹이 하루아침에 당 혁신을 주도하게 된 모양새다.
선거 패배를 수습할 관리형 리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되지만, 민주당이 공언한 혁신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에 선임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소개하고 있다. 2022.06.07 kilroy023@newspim.com |
우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한 가장 큰 배경엔 당 내홍을 조기 수습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민주당은 연이은 선거 참패 후유증으로 극심한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계(친문재인)와 친명계(친이재명) 간 계파 갈등으로 격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내홍을 빠르게 수습해야 한다는 위기감 속 계파색이 옅은 중진에 비대위를 맡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트라우마'도 한 몫했다. 선거 직전까지 박 전 위원장과 비대위 원내 인사들이 연일 엇박자를 내면서 내홍이 정점을 찍은 경험 탓에 당내 사정을 잘 아는 인사가 비대위를 이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8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일단 갈등부터 봉합하고 당이 안정을 되찾아야 혁신과 쇄신도 가능하지 않겠냐"며 "내상을 제대로 치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을 하겠다고 개복해서 수술하면 어떻게 되겠나. 상태만 더 악화되지 않겠냐"고 했다.
다만 혁신형을 표방한 새 비대위가 실질적인 혁신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 의원이 꼽은 새 비대위의 최우선 과제는 '수습'이다. '혁신'과 '쇄신'은 메시지에서 빠졌다.
우 의원은 지난 7일 의원총회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 패배로 많이 힘들어하는 당을 수습하는 일이 첫 번째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에서 나오는 몇 가지 견해들과 갈등 요소들을 빨리 수습해서 당이 한 목소리로 나아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선거 직전까지 들썩였던 '86 용퇴론'도 온데간데 없이 잠잠해진 분위기다. 우 의원은 86 운동권 대표주자로 분류된다. 당 쇄신의 객체로 지목됐던 그룹이 선거 직후 쇄신을 이끄는 주체로 뒤바뀐 모양새다.
새 비대위가 대선과 지방선거 평가를 매듭짓는 과정에서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선거를 이끌었던 그룹에 대한 책임론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큰데, 이미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상황에서 새 비대위가 중심을 잡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 의원 역시 지난 대선에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지휘했던 만큼 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측면도 있다.
오는 8월 전당대회까지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 비대위의 임기가 짧다는 물리적 한계도 있다.
결국 새 비대위가 출범해도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선관위 성격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새 비대위가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냐는 데 주 관심이 쏠린다. 친명계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리당원 비중을 높이자는 입장인 반면, 친문계는 공정성을 문제삼으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룰을 변경하는 게 부당하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새 비대위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다"며 "대선과 지방선거 패인을 분석하고 새 전당대회 룰을 확정하는 게 비대위의 주 역할이 될 것"이라고 봤다.
민주당은 여성·청년 몫 비대위원을 추가 인선한 뒤 이번주 내 비대위 출범 준비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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