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색 옅은 현역 중진'으로 내홍 수습에 제격
'총괄' 맡았던 지난 대선 패배 책임론은 부담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대선·지선을 잇달아 패배하며 내홍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의 수습을 책임질 비대위원장에 86세대 맏형 격인 우상호 의원이 내정됐다. 우 의원은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지난 대선 직후 패배에 책임지고 물러난 뒤 3개월 만에 당 전면에 나서게 됐다.
우 의원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별다른 이견 없이 사실상 만장일치로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03.10 leehs@newspim.com |
◆ '친명vs친문' 내홍 수습할 경험·실력 갖췄단 평가
민주당이 우 의원에게 비대위원장이란 중책을 맡긴 배경엔 '계파색이 옅은 현역 중진'이라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은 지방선거 참패 직후 이재명 책임론을 두고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간의 계파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갈등을 부드럽게 조율하기 위해선 양쪽으로부터 두루 신망이 높은 인물이 필수적이었다.
게다가 대선과 지선 패배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이후에 8월말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안정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선 당내 사정을 잘 아는 중진 의원이 지도부를 이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우 의원이 당내 주류인 86그룹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지만 차기 총마 불출마를 선언한 점도 긍정적 요소다. 이번 비대위가 지난 대선·지선 평가를 기반으로 향후 당 쇄신 작업에 속도를 내야하는 '혁신형'으로 꾸려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선거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대선 패배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대선 이후 책임지고 곧바로 사퇴하시고 생활을 하셨다"며 "당 상황을 잘 이해하고 중진으로서 치우치지 않을 분으로서 차기 지도부 구성이나 대선·지선 평가를 객관적으로 하실 분"이라고 답했다.
또한 우 의원이 지방선거 직후 이재명 의원의 차기 당권 도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도 추후 논란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우 의원은 지난 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권후보가 당권까지 쥐는 문제를 부정적으로 강하게 주장하는 측면이 있다"며 "의원들 다수 의견은 아무래도 걱정하는 쪽이 많다"고 말했다.
◆ '86세대'임에도 '합리적'이란 평가 받아온 의정 생활
강원도 철원 출신인 우 의원은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 대규모 시위를 주도했다. 이후 재야운동에 전념하다가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 당시 이인영 의원, 임종석 청와대 前 비서실장, 오영식 전 의원과 함께 '젊은 피'로 수혈됐다.
우 의원은 대변인을 자주 맡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국문과 출신으로 시인이기도 한 우 의원은 말솜씨를 인정받아 당 내서 수차례 대변인을 역임했다.
지난 2016년엔 20대 총선에서 같은 선거구에서 3선에 성공한 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해 결선 투표 결과 우원식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당시 86그룹 중 처음으로 유력 정당의 원내대표가 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냈다.
갈등이 첨예한 사안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총학생회장 출신답게 친화력이 강해 여야 가리지 않고 여러 국회의원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3월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나서면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주목을 모은 바 있다.
지난 20대 대선 땐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의 선대위의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 대선을 총지휘했다. 당시 총괄로서 막판까지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내 선거를 초접전으로 끌고 갔으나 결국 0.7%p라는 간발의 차이로 패배했다.
대선 과정에서 총괄을 맡았던 우 의원은 당내 서울시장 선거 출마 후보군으로 분류됐으나,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이후 지난 5월 김진표 의원에 대항해 국회의장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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