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적자기업을 최고 알짜기업으로
엔지니어 출신으로 삼성전자서 잔뼈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어느덧 10년.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부회장)는 아직 배가 고프다. 만년 적자기업을 맡아 2년 만에 흑자로 돌려세운 데 이어 매년 성장을 거듭, 지금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그룹 내 최고 알짜기업으로 바꿔놓았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최창식호(號) DB하이텍은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더욱 고도화시켜 글로벌 우량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엔지니어 출신 전문경영인…삼성서 잔뼈 굵어
최 부회장은 2012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DB하이텍(당시 동부하이텍)에 발을 디뎠다.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경영인으로, 삼성에서 약 30년을 근무한 삼성맨이었다. 1983년 삼성에 입사해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시스템 LSI 제조센터장(부사장)과 시스템 LSI 파운드리센터장(부사장)을 역임했고, 삼성전자 태양전지사업부장(부사장)을 끝으로 DB하이텍에 몸담았다.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부회장). [사진=DB하이텍] |
동부하이텍에서도 승승장구했다. 2012년 기존 박용인 대표이사(사장)와 함께 각자대표 체제로 동부하이텍을 이끌었다. 그러다 박용인 사장이 2014년 3월 사임하면서 단독대표가 됐다. 2013년 영입된 오명 회장도 2014년 10월 회사를 떠났다.
최 부회장은 단독대표로 올라선 그 해, 회사를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연속 적자에 허덕이던 동부하이텍이 2014년에는 456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
2017년 동부그룹이 DB그룹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DB하이텍으로 새출발, 2019년에는 1813억 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어느덧 DB하이텍은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변신, 그룹 내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최 부회장은 2020년 3월 DB하이텍 대표이사로 재선임됐고, 같은 해 7월에는 김남호 DB그룹 회장 취임 후 첫 인사를 통해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개발, 생산 쪽으로 굉장히 포커스가 돼 있고, 신경을 많이 쓴다. 실제로 최 부회장이 오고 나서 캐파도 많이 늘고 전체적으로 많이 좋아졌다." 최 부회장에 대한 회사 내부의 평가다.
◆ 실적 '서프라이즈' 행진…"글로벌 우량기업 될 것"
최 부회장의 '서프라이즈'는 계속 됐다. 2020년 2393억 원에 이어 2021년 399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역대 최대치를 매년 갈아치웠다. 매출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겼다.
실적 전망도 밝다.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Wearable), 자동차 전장 등 넘치는 수요에 2019년 4월부터는 계속해서 생산설비를 풀가동 중이다. 올해 실적 예상치는 매출 1조5446억 원, 영업이익 6240억 원이다(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기준).
DB하이텍의 주력 제품은 8인치(200㎜) 웨이퍼로 만든 반도체다. 최근 12인치 웨이퍼(300㎜)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DB하이텍은 파워소자(PMIC), 이미지센서(CIS) 등 8인치 웨이퍼가 필요한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선 확고한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회사 측은 "작년 같은 경우, 영업이익률이 30%가 넘는다"면서 "같은 8인치 웨이퍼 주력 회사 중에서도 톱(top) 수준으로, 그만큼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향후 DB하이텍은 또 다른 주력사업인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제품 및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RF(Radio Frequency), 특화 센서 등 고부가가치 신규 제품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올 1월 130nm·110nm 기술을 기반으로 RF SOI(Silicon-on-Insulator)와 RF HRS(High Resistivity Substrate) 공정을 확보, RF프론트엔드 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파운드리 외에 DB하이텍 자체 반도체 브랜드 육성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최 부회장은 "경쟁사들의 추격을 뛰어넘는 초격차 공정과 제품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며 "기존 제품의 경쟁력을 더욱 고도화하고 차세대 성장 동력도 발굴해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B하이텍은 지금 더 밝은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 회사의 내실을 견고히 다지며 힘을 비축하고 있다"며 "저를 포함한 전 임직원은 DB하이텍이 어떠한 대외환경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 성장해 나가는 글로벌 우량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