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씨티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제인 프레이저가 재택근무에서 시도때도 없는 업무 부과는 용납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골드만삭스 직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씨티그룹도 근무환경에 대해 확실한 지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날 씨티그룹 CEO 프레이저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모에서 "일과 가정과의 경계가 불분명하게 되는 것은 용납 못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기준 시간을 어기는 화상회의 등은 직원들이 앞장서서 열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프레이저는 "업무가 밤이나 이른 아침 또는 주말로 스며드는 것은 휴식을 방해해 직원들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는 회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택근무와 유연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시도때도 없이 줌 화상 회의 등이 열리는 등의 업무행태가 고착화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같은 프레이저의 메모는 최근 골드만삭스의 직원들이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을 일하는 환경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씨티그룹은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뒤에도 1주일에 3일만 사무실에 출근하는 원격근무 상시화를 계획하고 있다.
프레이저는 "코로나19로 새로운 근무 방식의 문이 열렸으며 우리가 적응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며 대부분은 1주일에 3일만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방식 근무를 하고 일부 직책에만 과거와 같은 방식의 출근제를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이 적용되는 직무 등에 대한 구체적인 추가 발표는 없었다.
한편,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온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회장은 지난 일요일 음성 메모를 통해 '일부일에 최소 하루는 쉴 수 있게 하는' 골드만삭스의 원칙을 강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원칙은 최소한 금요일 저녁 9시부터 일요일 오전 9시까지는 월가의 거인 골드만삭스 직원들이 쉬어야 한다는 내부룰로 알려져있다.
솔로몬 회장은 최근 회사의 제트비행기를 타고 바하마로 가서 긴 주말을 보내는 등 직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과 대조되는 행보를 해 회사 내부에서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최근 입사 1년차 애널리스트 13명은 일주일에 100시간 넘게 일하면서 잠과 식사 통근에 하루 4시간만 할당할 수 밖에 없어 정신 건강이 크게 악화됐다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이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달 이 같은 불만을 회사 경영진에 보고해 정리됐으며 내용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돌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불만을 제기한 애널리스트들 전원이 입사후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가 악화됐으며 4분의 3은 직장 혹사의 희생자로 생각하면서 정신건강 치료를 위한 도움을 검토하고 있다는 대답을 내놨다.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지난해에 투자은행 1년차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주요 금융업체들의 초봉이 9만1000달러(약 1억265만원)부터 출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그룹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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