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비례해 관세 면제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과 대만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공급망 협력을 대폭 강화하는 새로운 무역·투자 협정을 체결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인 TSMC는 애리조나에 새 공장을 건설하는 대신 대만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기존 20%에서 15%로 인하되며, 미국에 투자하는 대만 반도체 기업들은 관세 면제 혜택을 받게 된다.
◆ 대만 기업 2500억 달러 투자·정부 2500억 달러 신용보증 패키지
미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양측이 상호 관세율 상한을 기존 20%에서 15%로 낮추고 대만 기업의 미국 내 첨단 산업 투자 확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만은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에너지, 인공지능(AI) 등 전략 산업 분야에 최소 2500억 달러(368조 원) 규모의 신규 직접투자를 약속했다. 대만 정부와 국책 금융기관은 여기에 더해 미국 내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는 최대 2500억 달러 상당의 신용보증 및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하기로 했다. 앞서 한국은 3500억달러,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상호관세를 낮춘 바 있다.
이와 관련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CNBC와 인터뷰에서 "(TSMC를 중심으로 한) 직접 투자 2500억달러에는 지난해 공개했던 약 1000억달러 규모의 기존 투자 약속이 포함돼 있다"며 "(이와 별도로 대만 정부가 제공하는) 신용 보증은 미국에 공장을 짓는 중소·중견 대만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협정에서 대만이 약속한 대미 투자는 5000억달러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 TSMC 등 대만 파운드리의 美 생산 확대
상무부는 "TSMC를 포함한 주요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내 제조 역량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며, 애리조나 등지에서의 신규 반도체공장(팹) 건설과 증설 계획을 언급했다. 다만 공장 수나 개별 회사별 투자 규모 등 세부 사항은 "향후 개별 프로젝트 승인 과정에서 확정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6개를 완공했거나 증설할 예정인 TSMC가 추가로 반도체 공장 5개를 증설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 생산능력 연동형 232조 관세 경감
이번 협정의 핵심은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한 관세 경감 메커니즘이다. 상무부는 "미국 내에서 새로 구축되는 반도체 제조시설의 생산능력에 연동해, 해당 기업이 수출하는 일부 반도체 품목에 대해 232조 관세를 감면하거나 면제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tariff relief calibrated to new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apacity built in the United States)"고 설명했다.
이 조항은 미국에 팹을 짓는 대만 기업이 미국 외 공장에서 생산한 칩을 미국으로 들여올 때도, 미국 내 설비의 생산능력에 비례해 일정 물량까지는 관세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 TSMC는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 내 대규모 반도체 공장 증설을 조건으로, 건설 기간 중에는 생산능력 대비 2.5배, 완공 후에는 1.5배까지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면제받는 파격적인 혜택을 얻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 일반 공산품·의약품 관세 조정
이밖에 상무부는 자동차 부품, 목재 등 대만산 공산품에 대해 적용 관세율 상한을 15%로 설정하고, 일부 제네릭 의약품(복제약)과 항공기 부품 등에 대해서는 관세를 전면 면제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 품목과 세부 세율은 양국이 향후 관세 양허표와 시행규정을 통해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 韓 반도체 업계에 제기되는 우려
이번 합의로 대만산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 상한은 한국·일본과 동일한 15% 수준으로 조정됐다. 작년 11월 발표된 한미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는 미국의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가 향후 미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할 합의보다 불리한 대우를 하지 않기로 명시했다. 다만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 내 신규 공장을 짓는 대만 반도체 기업에 대해 생산능력과 연계해 232조 관세를 경감·면제하는 구조가 마련되면서, 대만에 보다 공격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와 주목된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