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혼 "'이란 핵 합의' 복귀와 제재 해제 촉구 신호힐 것"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과거 미국의 대외 핵 전략을 담당했던 전직 외교관들은 이란의 한국 선박 억류가 미국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란이 한국에 동결된 자금 문제로 한국을 추가로 압박하려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5일(현지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란이 한국 국적 선박을 나포한 것은 미국의 제재를 약화시키고, 새로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에 관여하고 제재를 해제하도록 부추기기 위해 더 강경하게 나올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로이터=뉴스핌] 김은빈 기자 =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유조선 선박 '한국케미호'. 2021.1.4 kebjun@newspim.com |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 대행은 이란이 한국 유조선 억류를 통해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는 비대칭적 조치들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경제력이나 군사력으로 미국의 상대가 안 되지만 지속적으로 미국의 조치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왔다며, 이번 한국 선박 억류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이란의 이번 움직임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춘 것인지는 단정지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두 나라가 한국에 묶여 있는 이란 자금을 놓고 갈등을 빚어 왔기에 한국 유조선을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기회가 왔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구입해야 하는 등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을 압박하고 나선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미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을 놓고 두 나라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이 한국을 추가로 압박하려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이란이 지난해에도 영국 선박을 상대로 똑같은 행동을 했다며, 이는 북한이 하는 것과 비슷한, 협박과 인질을 이용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이란이 미국에 2015년 체결됐던 이란 핵 합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복귀할 것을 요구하는 강한 신호를 보내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란은 한국 선박 억류 뿐 아니라 농도 20% 우라늄의 생산을 재개하겠다며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한국이 진퇴양난의 불행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는 지적이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시기적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임박한 것 외에도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의 기습 공격에 사망한 지 1년이 된 것도 작용했을 것으로 봤다.
아인혼 특보는 이번 사건으로 미국이 이란 핵 합의로 복귀하는 것에 대한 미국 내 반대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이 이란 핵 합의로 복귀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해왔는데,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란의 공격적이고 불법적인 역내 활동을 지적하며 이란에 대한 불신을 표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이혼 특보는 새로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문제를 다루기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과 이란이 같이 핵 합의에 돌아가는 것을 추진하려고 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이번 사안이 바이든 당선인의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이란이 다시 핵 합의를 이행하도록 하고 이란에 추가적인 요구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란과 새로운 합의를 해야 할 또다른 이유를 바이든 당선인에게 안긴 셈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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