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전국 경북

속보

더보기

[현장] 울진 코발트빛 바다에서 '미역짬'을 닦는 사람들

기사입력 : 2019년10월23일 08:46

최종수정 : 2019년10월23일 08:46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질 좋은 돌미역 생장 위해 갯바위 잡풀 제거
"미역짬은 울진 해촌 어민들의 텃밭이자 생명줄"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코발트빛 바다색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경북 울진의 어민들이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경북 울진 해촌의 자연산 돌미역 생장을 위한 미역바위닦기 작업.[사진=남효선 기자]

연안 해촌에 보금자리를 펴고 평생 바다를 텃밭으로 삶을 일궈온 어민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자신들의 텃밭인 연안 어장 갯바위에 올라 초가을의 소슬한 바람을 등지고 '낫대'와 '씰개'로 갯바위를 닦고 문지르며 분주한 손길을 놀리느라 여념이 없다.

질 좋은 '울진산 돌곽(자연산 돌미역)' 포자가 제대로 발아해 성장할 수 있도록 행하는 '미역짬(미역바위)닦기' 때문이다.

"짬 매야 돼, 깎아 매야 돼. 그거 매는 도구가 있어. 작대기 같은 데다가 손바닥 핀 거 같이 생긴 걸로 싹싹 해버리는 거라. 낫대로. 잡풀이 많이 나 있거든. 사람 몸 같으면 버버버 돋았는 거 같아. 방구(바위)에 가면 그거 매. 그 때 바다 잔잔하면 갯바우에 올라 매. 그게 미역 많이 나라고 매는 거라."<임춘학 76 현내어촌계>

◆ 미역짬, 어민들의 삶을 담보하는 텃밭이자 생명줄

미역짬은 뭍에서는 논밭이 농민의 생명줄이듯 어민들의 삶을 담보하는 텃밭이자 생명줄이다.

특히 울진사람들은 돌미역과 매우 각별하고 질긴 인연을 맺어왔다. "미역 없으면 굶어 죽었지"라는 향언(鄕言 folktale)이 지금도 전해오듯 미역은 울진사람들의 생존을 지켜준 버팀목이었다.

울진 연안 해촌의 주민들은 4월이면 바다 텃밭을 뒤덮으며 너풀거리는 돌미역을 뜯어 태백을 넘어 울진바다로 내닫는 높새바람에 잘 말린 '마른미역(건미역)'으로 아이들을 기르고 공부시키고 혼사를 치르고 가계를 일으켜 왔다.

'짬'은 해저나 연안 어장에 형성된 해중 바위군락을 이르는 울진지방 향언이다. 자연산 돌미역은 바로 '짬'에 서식한다. 짬은 해당 마을(해촌) 어촌계의 공동소유로 총유자산이다.

때문에 미역짬은 어촌계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며, 이에 속한 어민들이 공동 생산, 분배를 통한 협업노동의 정수를 보여주는 어로현장이다.

자연산 돌미역의 주산지인 경북 울진군 죽변면 봉수마을 해녀들의 돌미역 채취 작업.[사진=남효선 기자]
자연산 미역의 주산지인 경북 울진군 죽변면 봉수마을의 어촌계원들이 해녀가 채취해 온 돌미역을 분배하고 있다.[사진=남효선 기자]

울진 연안해촌의 경우 대개 마을마다 5~8개의 짬을 보유하고 있다. 해마다 정월에 어촌계원들은 총회를 열고 '짬뽑기'를 통해 짬을 분배한다.

미역 생산이 좋은 짬에는 '인원을 많이' 배치하고 생산이 조금 낮은 짬에는 '인원을 적게' 배치하는데, 이는 마을 어촌계원 모두가 고르게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1930년대에서 1970년 초에 이르기까지 '보릿고개'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 미역은 어민들은 물론 울진인을 살려낸 소중한 먹을거리였다.

고포미역의 경우 최상품은 1단(생미역 기준 50kg)에 24만원 선이며 일반 돌미역은 평균 15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울진지역 미역생산량은 총 640t으로 24억원의 소득을 올렸다.

자연산 미역의 주산지인 경북 울진 연안 해촌의 미역바위닦기.[사진=남효선 기자]

◆ "'짬' 고사(告祀)와 '기세닦기'는 생태어로의 정수"

울진 연안 해촌의 어민들은 자신들을 살려 준 미역에 대해 각별한 정성을 쏟아 왔다.

울진 해촌에는 지금도 '짬고사'라는 독특한 제의가 치러지고 있다. 이른바 미역 생장을 기원하는 고사이다.

해촌 아낙들은 늦은 10월 무렵 미역이 포자를 내리는 짬(미역바위)을 흡사 자기 몸을 씻듯 잘 닦아낸 뒤, 보름달이 뜨는 날을 잡아 집에서 정성껏 빚은 막걸리에 좁쌀을 섞어 미역바위에 뿌리고 미역씨앗이 바위에 잘 붙도록 빌었다.

특히 어촌계별로 짬고사를 지낼 때는 반드시 '아이를 많이 출산한 부인'을 제주(祭主)로 선정해 치룬다. '아이를 많이 낳은 부인이 짬고사를 치러야 미역 풍년이 든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전통 민속인 '다산풍요'의 믿음체계가 반영돼 있는 사례이다.

울진사람들은 미역바위닦기를 '기세닦기'라 부른다. 해촌 주민들은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어촌계별로 품앗이를 이뤄 '낫대'와 '씰개'를 들고 정성 들여 미역바위를 닦는다.

미역바위닦기는 암반에 붙은 홍합, 따개비, 잡풀 등을 인위적으로 제거해 미역 포자(유주자)가 보다 쉽게 뿌리를 내리고 서식할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과학적이면서도 전통적인 어로기술이다.

어촌계는 자신들의 미역짬(바위)의 생태를 고려해 각각의 독특한 방법으로 미역 짬 김매기를 한다. 소형어선이나 특히 울진에서만 볼 수 있는 오동나무로 만든 '떼배(뗏목)'을 이용해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곳의 짬을 매기도 하고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해녀들이 직접 물속에 들어가 김매기를 하기도 한다.

이는 최근에 비롯된 것이 아닌 수 백년을 이어온 전통 생태어로 관행이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이미 울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과학적이고도 친환경적인 생태 어로기술을 체득해 온 셈이다.

자연산 돌미역의 생장지인 미역바위닦기 작업.[사진=남효선 기자]

'짬고사'가 여성 중심의 노동 의식이라면 '기세닦기'는 남성 중심의 협업노동이다. 그러나 최근 농어촌 인구의 고령화와 성비(性比)의 불균형으로 여성들도 대거 미역바위닦기 작업에 투입된다.

'낫대'와 '씰개'는 미역짬을 닦을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괭이를 곧게 펴놓은 모양이다. 낫대는 웃자란 잡풀을 벨 때 사용하며, 밀대는 짬에 촘촘하게 붙은 잡풀을 제거하는데 사용한다. 씰개는 끝이 뭉뚝하기 때문에 바위에 붙은 이끼나 잡풀을 긁어내는 데 유용했다.

자연산 미역의 주산지인 경북 울진의 연안 해촌에서 미역채취 작업을 하는 해녀.[사진=남효선 기자]

◆ 울진군 1억2000만원 지원...어민 소득증대 기여

미역은 먹을거리가 턱없이 부족했던 시절 울진사람들을 살려 준 소중한 자원에서 이제는 자치단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생태어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역의 효험은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이미 증명돼 우주식량의 90%가 동해에서 생산된 미역을 주원료로 하고 있을 정도로 그 가치는 매우 높다.

지금도 민가에서는 돌미역의 효험에 대해 각별한 생각을 지니고 있다. 특히 사람의 출생과 관련한 의례 먹을거리에 미역은 필수적이다. 산모의 산후조리 음식이 미역이며 환자의 병 구완 음식이 미역이며 생이날이나 잔칫날 차려지는 음식 또한 미역이다.

해 마다 3-5월 무렵이면 울진군 북면 고포마을을 비롯 나곡리, 연지리, 직산리 등 울진연안 해촌에는 '울진 돌미역'을 구하려는 외지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울진군은 '울진 고포미역'을 특산품으로 지정해 생산기반 조성에서부터 포장, 유통에 이르기까지 예산지원과 함께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울진군은 올 해 군·도비 1억2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연안어장의 1255㏊에 이르는 32곳 어촌계의 '미역짬'을 대상으로 지난 18일부터 '미역바위닦기 사업'을 오는 11월까지 펼친다. 여기에는 32곳 어촌계 1600명의 어민들이 참여한다.

특히 울진군은 미역바위닦기 작업에 참여하는 어촌계원들에게 5만1000원(1일 공공근로 노임단가 기준)을 지급해 어민들의 가계소득에도 도움을 준다.

또 울진군은 울진의 대표 특산물인 '고포미역' 브랜드화를 위해 해마다 8000여 만원 규모의 포장재를 지원하고 있다. 주로 '장곽(長藿)'를 생산하는 울진 '고포미역'의 경우 최상품은 1단(20올, 생미역 기준 50kg)에 24만원 선이며 일반 돌미역(短藿)은 평균 15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nulcheo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李정부, 123개 국정과제 공식 확정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정부가 향후 5년간 국정 운영의 핵심 로드맵이 될 123대 국정과제를 본격 추진한다. 정부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국정과제를 포함한 국정과제 관리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123대 국정과제는 지난달 13일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제안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정부 차원의 검토 및 조정·보완을 거쳐 확정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오전 취임 후 처음으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KTV] 최종 확정된 국정과제 체계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비전 아래 5대 국정목표, 23대 추진전략, 123대 과제로 구성됐다. 5대 국정목표는 ▲국민이 하나되는 정치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다. 우선 정부는 국민주권 실현 및 대통령 책임 강화를 위한 개헌을 추진한다.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 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도입 등이 개헌안에 담길 전망이다. 권력기관 개혁을 통한 민주주의 확립, 독자 인공지능(AI) 생태계 및 AI고속도로 구축, 5극3특 중심 혁신·일자리 거점 조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 산재 감축 등의 내용도 국정과제에 담겼다. 또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완료하는 강군 육성 방안도 포함됐다. 행정수도 세종 완성과 2차 공공기관 이전도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오전 취임 후 처음으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가균형발전 관련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있다. [사진=KTV]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범정부 추진체계도 구축한다. 온라인 국정관리시스템과 오프라인 범부처 협의체를 운영, 국정과제 추진상황을 지속 관리한다. 입법성과 조기 창출을 위해 법제처에 국정입법상황실을 두고, 국정과제 입법 전주기를 밀착 관리한다. 국정과제 중 입법조치가 필요한 사항은 법률 751건, 하위법령 215건 등 총 966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법률안 110건은 연내 국회 제출하고, 하위법령 66건 올해 제·개정한다는 계획이다. 국정과제 추진과정에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정책성과를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 온라인 소통창구인 '국정과제 소통광장'을 마련, 국민이 제기한 의견을 정부가 신속히 답하는 쌍방향 소통채널을 만든다. 국민만족도 조사는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민생 관련 중요 국정과제는 민관합동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국정과제 추진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정부업무평가 기본계획('25~'27)' 및 '2025년도 정부업무평가 시행계획 수정안'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확정됐다. 올해는 미래 전략산업 육성 등 각 부처가 역점 추진하는 정책과제, 신산업 등 규제 합리화, AI 활용 일하는 방식 혁신, 디지털 소통·홍보 노력 강화 등을 중점 평가할 예정이다. 국민주권정부에 걸맞게 평가 과정에 국민 참여를 확대하고, 국민 만족도 조사 결과도 비중 있게 반영한다. 국무조정실은 "향후 국정과제 추진과정에서 국민의견을 수시로 청취하고 소통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국민요구와 정책여건 변화를 반영해 이행계획도 지속 보완하며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heep@newspim.com 2025-09-16 14:04
사진
코어위브, 엔비디아와 8조원대 계약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데이터센터 운영업체인 코어위브(종목코드: CRWV)는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와 63억 달러(8조7160억원)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용량 주문 계약을 체결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번 계약을 통해 2032년 4월 13일 까지 코어위브가 고객에게 판매하지 않은 모든 클라우드 용량을 구매하기로 했다. 엔비디아와 수주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진 후 코어위브 주가는 뉴욕 정규장 거래에서 8% 상승했다. 지난 3월 상장 이후 이 회사 주가는 3배 뛰었다. 코어위브는 미국과 유럽에서 엔비디아의 GPU 칩을 탑재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이를 임대하거나 클라우드 컴퓨팅 용량을 판매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코어위브는 엔비디아의 핵심 클라우드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AI 컴퓨팅 용량 수요 감소 가능성에 대한 완충장치를 마련하게 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평가했다. 코어위브는 일찌감치 엔비디아의 눈도장을 받아 2023년 투자를 받았다. 엔비디아는 코어위브 지분을 6% 넘게 보유하고 있다. 코어위브는 지난 3월 공모가 40달러에 뉴욕 증시에 상장한 후 AI 열풍에 따른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 급증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이번 계약은 최종 고객과 상관없이 용량이 활용될 것을 보장함으로써 코어위브의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며 "투자자들은 코어위브가 최대 고객사 2곳(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외에 데이터센터 용량을 채울 수 있을지 우려해왔는데, 이번 계약으로 이런 우려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코어위브 로고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2025.09.16 kongsikpark@newspim.com 코어위브는 지난 3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119억 달러 규모의 5년 계약에 합의하며, 클라우드 컴퓨팅 용량을 제공하기로 한 바 있다. 오픈AI는 2029년 4월까지 40억 달러까지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추가 협정을 맺었다. kongsikpark@newspim.com 2025-09-16 13:03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기사제목
기사가 번역된 내용입니다.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