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안전장치'(백스톱) 조항 재협상을 두고 유럽의 맹주 독일, 프랑스, 영국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백스톱 재협상론’은 ‘노 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파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가 최근 공론화에 나섰다. 존슨 총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도날드 투스크 상임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에 들어간 백스톱에 대한 대체안을 2020년까지인 브렉시트 전환기간 종료 이전에 마련하자며 재협상을 제안했다.
그는 서한에서 "백스톱은 반(反)민주적이고 영국의 주권에 모순이 생긴다"며 "우리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다른)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스톱 조항은 브렉시트로 인한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엄격한 통행·통관을 막기 위한 것으로 영국과 EU가 전환기간 무역관계 등에서 별도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토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에 대해 투스크 의장은 지난 20일 트위터를 통해 “백스톱에 반대하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는 이들은 사실상 국경을 다시 만드는 것을 지지하는 것"이라며 존슨 총리의 제안을 일축했다.
하지만 다음날 독일을 방문한 존슨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백스톱은 브렉시트에 대한 더 나은 타협이 이뤄질 때까지 두는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책”이라면서 “우리는 2년 안에 해결책을 찾을 것이고, 또 앞으로 30일 안에 그 하나의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왜 안 되겠느냐”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의 언급은 존슨 총리가 제안한 백스톱 재협상론에 30일의 말미를 준 것으로 해석되면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존슨 총리도 “빡빡한 시간표를 환영한다”면서 30일 안에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로선 백스톱 재협상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21일 유럽의 기류는 다시 바뀌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존슨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모든 논의는 영국과 유럽연합이 맺은 브렉시트 합의안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재협상을 위한 시간도 충분치 않다고 강조했다. 재협상 불가론을 다시 강조한 셈이다.
메르켈 총리 역시 마크 루테 네덜란드 총리와 헤이그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들에게 자신의 전날 발언은 영국 정부에 30일의 협상 시한을 준 것이 아니라, 오는 10월 31일로 예정된 영국의 브렉시트 예정일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EU와 프랑스의 강경한 재협상 불가론을 의식해 메르켈 총리도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정상의 미묘한 입장 차이와 신경전이 두드러지면서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재협상 전략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