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S 사태 두고 서로 다른 CEO 소통
내부 혼란 가중...조직 신뢰 걸린 변곡점 될 듯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수천억원대 손실이 예상되는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상품 사태 전후로 지성규 KEB하나은행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서로 다른 행보가 눈길을 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태승 회장은 지난주 PB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었다. PB들을 보호하고 고객들을 케어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등 사태해결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우리은행 측은 "당장 뚜렷한 대책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CEO가 나서 사태해결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조직 분위기 안정에도 의미가 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좌),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우) |
현재 우리은행은 파생결합펀드(DLF) 태스크포스(TF)와 노동조합 대책위원회를 통해 대응책을 논의중이다. 지난 6월부터 PB들이 WM사업단 등을 통해 대책마련 조직이 필요하다고 전달한 결과가 반영됐다.
TF는 정채봉 국내영업부문장이 총괄하며 일선 PB들도 포함돼 있다. 금리 추이와 향후 시장 전망 등을 공유하며 고객 응대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노조 대책위원회에선 PB들의 요구사항을 취합해 경영진에 전달하고 있다.
박필준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TF가 노조대책반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면서 상품 손실율을 최소화하는 방법, 직원 보호대책, 고객 신뢰도 제고안에 대해 요구하고 있다"며 "특히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이 나오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강하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반면 KEB하나은행은 조금 다른 분위기다. 사후관리지원반을 꾸리거나 PB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지성규 행장이 전면에 나서진 않고 있다.
KEB하나은행 노조에 따르면 지난 4월 PB들이 참여하는 월간 정기 포럼에서 처음 문제가 제기됐다. 금리 하락 추세가 심상치 않으니 환매 수수료 감면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6월 포럼까지 별다른 대응이 나오지 않자 노조가 나서 담당 임원에 의견을 전달하고 직원 보호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이후 박세걸 WM사업단 전무를 총괄로 둔 사후관리지원반이 꾸려져 고객대응을 지원중이다.
무엇보다도 행장, 본부장급 임원, 판매영업점의 지점장이 함께 참여하는 회의 소집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황이란 것. 이에 지난 21일 노조는 은행장이 전면에 나서 사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KEB하나은행 노조 관계자는 "행장 면담을 통하더라도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고 의사결정자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조직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은행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가 조직 신뢰도를 가르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재 예상되는 손실 규모만 4500억원이 넘는 데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등 사태해결을 위해 남아있는 과정이 많아 조직 안팎의 혼란이 큰 상황. 법적 소송까지 갈 경우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금융소비자원이 손 행장과 지 행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최고경영자(CEO)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 접점에 있는 PB들 좌절감은 물론이고 신뢰로 먹고사는 은행 내부 동요가 크다"며 "CEO의 책임있는 모습을 기대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