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인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가 일본의 고쿠사이(國際)일렉트릭을 약 2500억엔(약 2조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AMAT는 이번 인수를 통해 5G 시대를 맞아 자동차와 산업기계 등 폭 넓은 분야에서 필요로 하고 있는 고성능 반도체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고쿠사이는 히타치(日立)고쿠사이전기에서 분사한 반도체장비 메이커이며, 미국 사모펀드인 KKR이 2017년 히타치로부터 인수했다. AMAT는 올해 안에 KKR로부터 고쿠사이의 모든 주식을 취득해 인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5G 시대에는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산 효율을 높인 ‘스마트 공장’이 널리 보급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나 산업기계 분야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고성능 반도체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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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조는 실리콘 웨이퍼 가공에서 전자회로 형성, 조립 등 복수의 공정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공정에 필요한 장비가 다르다.
이러한 장비들을 모두 갖추고 있으면 반도체 메이커들과 함께 첨단기술이나 노하우를 축적하는 것이 용이해지며, 설계 변경이나 개발을 추진하기도 수월해진다.
반도체장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AMAT(18.5%)가 고쿠사이(2.0%)를 인수하게 되면 시장 점유율이 20%로 높아지면서, ASML(16.4%), 람리서치(15.1%), 도쿄일렉트론(15.1%) 등과 더욱 격차를 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은 문제는 중국 독점 당국이 이번 인수를 승인할지 여부다. 중국은 중장기 산업 정책인 ‘중국 제조 2025’에서 반도체 국산화를 목표로 내걸고 반도체와 반도체장비 메이커 육성을 서두르고 있다.
AMAT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 측에 기술이 유출될 것을 우려해 고쿠사이 인수에 나선 측면도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반도체장비 업계에서는 지난 2013년 AMAT와 도쿄일렉트론이 합병을 발표했지만, 미국 독점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해 무산됐던 경위가 있다.
이번에는 세계 1위 업체가 하위 업체를 인수하는 형태지만, 최근 반도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점차 격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인수에 제동을 걸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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