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억원대 횡령 혐의와 별도 검찰 수사 주목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계열사에 김치와 와인 등을 강매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수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태광 계열사인 티시스·메르뱅·티브로드·흥국생명보험 등을 동원해 사익을 편취한 혐의로 이호진 전 회장을 검찰 고발하고, 법인에 총 21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전 회장은 회삿돈 42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세번째 상고심을 받는 가운데, 이와 별도로 검찰 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 새로운 의혹과 혐의점이 드러나게 되면 이 전 회장은 별도의 수사를 받게 된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뉴스핌DB] |
공정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실적 악화를 메우기 위해 회원제 골프장인 ‘휘슬링락CC’를 통해 김치를 제조하고 계열사에 고가 판매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휘슬링락CC는 지난 2011년 개장 이후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렸고, 2013년 5월 총수일가가 100% 소유한 티시스에 합병되면서 티시스 실적도 덩달아 악화됐다.
티시스는 그룹 내 주력기업인 태광산업의 주식 11.22%를 보유하는 등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 계열사다.
공정위는 휘슬링락CC가 전 계열사에게 2014년 상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19만원(10kg)짜리 512톤, 총 95억5000만원 상당의 김치를 강매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메르뱅이 계열사에 46억원 상당의 와인을 구매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2016년 9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김치생산과 와인거래는 모두 중지됐다.
앞서 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섬유제품을 실제보다 적게 생산된 것처럼 조작하거나 불량품을 폐기한 것처럼 꾸미는 이른바 ‘무자료거래’를 통해 회삿돈 42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상고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1·2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에 징역 4년6월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횡령액 중 일부 계산이 잘못됐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징역 3년6월에 벌금 6억원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사건을 재상고했고, 대법은 지난해 10월 원심이 경합선고한 조세포탈 혐의를 다시 분리 심리·선고하라며 재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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