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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중미 무역전쟁 신냉전으로 치닫나, 차하얼학회 장중이 부비서장

기사입력 : 2019년06월12일 17:46

최종수정 : 2019년06월12일 18:14

오사카 G20 미·중 정상 만나도 갈등 해소 안 돼
한국 변화 잘 읽어야, 자주성 잃으면 피해 클 듯

중국과 미국 양국은 GDP(국내총생산) 규모 세계 1, 2위를 자랑하는 경제 대국이다. 현재 두 나라는 무역전쟁 중인데 이는 양국 간의 장기 충돌의 서막에 불과하다. 게임 흐름에 따라 낮은 수준의 냉전을 넘어 전면적인 신(新) 냉전체제로 굳어질 수 있다. 

[사진=바이두]

무역전쟁, 중미 마찰의 시작

2018년 이래 중국과 미국은 11차례에 걸쳐 무역 협상을 진행했으나 협상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양측은 서로가 협상 원칙을 어겼다고 비난했다. 협상 동안 양국은 3차례 관세 인상 조치를 발동했다. 가장 최근으로는 미국이 5월 10일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기존 10%의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미국은 325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중국상품에 대해 미국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6월 1일부로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상품에 대해 10~25%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하며 중국 당국은 ‘미국의 관세 조치에 맞서, 필요한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강경파들은 중국이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시스템에 편입된 이래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큰 흑자를 봤는데 이를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큰돈’을 벌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 노동자들의 일거리를 빼앗고 상업 기밀과 지식재산권을 훔쳤다고도 비난하고 있다. 중국 시장 진출 과정에서 미국 기업들에 기술이전을 강요했고, 기술의 보호 또한 철저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국유기업을 보호하며 시장의 공평한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하는 흑자의 원인을 경제 세계화에 따른 분업 및 산업 이전, 미국의 기축통화 시스템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적자라고 보고 있다. 또한 다국적 대기업의 중국 내 가공무역 확대로 인해 중국의 무역흑자가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가공비 등으로 ‘소액’을 벌어들였고, 대부분 이익은 미국 대기업들이 챙겼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저렴한 가격에 미국에 제공하는 상품들로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었고 생산비용도 낮출 수 있었다. 이는 기업뿐만이 아니라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 향상에도 크게 공헌했다.

최근 협상 이후 공개된 중국 측 정보에 따르면, 무역 협상에서 양국이 이견을 보이는 분야는 협상 타결 이후 고율 관세 철회 시점, 중국의 미국 상품 추가 구매 규모, 협상 최종문서의 형평성이 문제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미가 최종적인 협상 타결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양국의 무역전쟁 여파는 점차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경제 수준과 무역 구조상 중국이 받는 영향이 미국보다 클 수밖에 없다.

사업을 미국 수출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중국 남부 지역의 경우 이미 주문량 감소 혹은 주문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공장들은 생산을 잠시 중단하거나 심지어 폐업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박리다매 구조를 유지하며 겨우 사업을 이어오던 기업들이었다. 남은 기업들도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공장을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으로 이전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325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6월 말 일본 오사카 G20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 이후 부과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만약 양국이 이때까지 협상 타결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중미 간의 ‘무역 전면전’은 피할 수 없다.

현재 중미 양국의 강경한 태도에 비춰봤을 때 중미가 전면적인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설령 합의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중미 간의 구조적인 무역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관세 문제는 단지 ‘표면적인’ 이슈이고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기 위해 어렵지 않게 찾아낸 ‘구실’이기 때문이다.

현재 무역전쟁은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기술 기업인 화웨이와 ZTE에 온갖 구실을 앞세워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기업에 해당 기업 부품 공급을 중단하도록 했고 이는 세계 2위 통신 장비 업체를 한순간에 부진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또한 미국은 국가역량을 동원해 5G 통신 기술 분야에 세계를 선도하는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봉쇄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 기업만이 아니라 동맹국들에도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을 것을 요구하며 전 세계적인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서도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다. 미국은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지도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의회에서는 ‘대만보증법(Taiwan Assurance Act)’을 통과시켰다. 최근에는 대만에 26억 달러에 달하는 미군 무기 판매 계획이 공개되기도 했다. 남중국해에서는 미국이 항행의 자유라는 깃발을 달고 동맹국을 동원해 끊임없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구상에 대해서도 미국은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현존하는 지정학적 정치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디지털 일대일로’에 대해서도 ‘디지털 패권’이라 부르며 경계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 국적을 가진 연구원과 유학생들이 각종 제재정책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일부 대학과 연구기관에서는 미국의 과학기술 절도를 방지하겠다는 이유로 중국 연구원들과 학생들이 해고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중미 교류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중국학자의 미국 비자가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미국의 조치에 중국 또한 보복 조치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와 문화여행부는 미국 유학과 여행에 예비 경고를 발령했다. 미국의 중국기업 제재에 맞서 중국 또한 ‘불신(unreliable) 명단’과 ‘기술안보 관리 목록’을 도입했다.

중국 상무부는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중국 기업을 봉쇄하거나 거래를 중단하거나 중국 산업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친 국가 안전에 위협이 되거나 잠재적인 위협 대상인 외국 법인과 조직, 개인이 명단에 오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술안보 관리 목록은 중국의 기술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중국의 현재와 미래 핵심 기술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자국 시장을 지키기 위해 무역장벽을 설치하면 상대방도 보복 조치를 통해 시장보호에 나서게 된다. 결국 쌍방이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무역전쟁의 결말은 서로가 적당한 기회와 타협점을 찾아 조금씩 양보하며 끝나게 된다.

하지만 중미 간 무역전쟁이 문화, 인문, 과학 등의 영역으로 확장될 경우 양국 간의 대립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이며 봉합하기 어려운 단계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 중미 양국 간의 관계 악화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산업 체인과 국제 분업체계 등 글로벌 일체화 과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는 모든 국제 질서와 안정에 영향을 줄 것이다.

약한 수준의 냉전? 본격적인 신냉전?

40년 전 중미는 수교를 통해 전 세계 냉전종식의 서막을 열었다. 이 기간에 중국은 개혁개방을 진행하며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정치경제 질서에 편입됐다. 중미 간 여러 갈등의 순간이 있었지만 중국은 언제나 '힘을 합치면 모두에게 득이 되고, 싸우면 모두에게 실이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중미 양국은 양자 및 다자간 국제협력사업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 왔다. 21세기 들어 중국의 국력은 끊임없이 성장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고 이에 따라 영향력 또한 강화됐다.

하지만 중국의 발전은 미국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은 자신들의 정치경제 체제가 가장 발달해 있고 대표성을 지닌다고 생각해 왔다. 개혁개방을 통해 중국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에 머무르길 바랐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중국이 ‘중국 고유의 사회주의’ 노선 색채를 분명하게 드러내며 영향력을 확대해 가자 미국은 위기감을 느꼈다. ‘세계 제일의 권위와 영향력'이 도전받고 있다고 여기게 됐다. 특히 ‘공산주의 색채’를 띈 새로운 도전자를 미국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이에 미국은 행동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포괄적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제안하며 중국이 배제된 지역경제 질서 구축에 나서며 “해당 지역의 룰 메이커가 꼭 중국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며 중국견제는 미국에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된다. 중국이 미국의 부를 ‘훔쳤다’는 주장에 멈추지 않고,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고 과학기술까지 훔쳐갔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은 ‘미국 우선’이라는 구호하에 ‘무역전쟁’이라는 깃발을 들었다.

2017년 12월 트럼프 정권이 공개한 ‘국가안전 전략보고서’는 이미 중국을 ‘전략적 경쟁 상대’로 정의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미국의 영향력과 이익에 도전하고 있으며 미국의 안전과 번영을 저해하는 ‘수정주의 국가’로 칭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심복인 스티븐 배넌은 중국에 대한 적개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중국기업들을 서방 자본주의 시장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 또한 2018년 10월 미국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 강연에서 중국 제재에 대한 의견을 숨김없이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중국이 ‘중국 제조 2025’ 등의 정책으로 미국의 과학기술 패권 자리를 노리고 있으며 각종 수단을 동원해 미국의 지위에 도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대일로’ 등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현 정권의 지원하에 중국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미 의회의 공화 민주 양당 또한 중국 문제에 대해서는 일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의 대미 비난 움직임과는 별개로 중국 국민 사이에서 대미 호감도가 크게 낮아지고 있다. 이들에게는 미국이 중국을 억압하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일부에선 민족주의와 포퓰리즘 정서가 퍼지고 있다.

중국 관영 CCTV의 영화 채널은 한동안 연속으로 항미원조(6.25 전쟁) 시기를 다룬 영화를 방영했다. 각종 중국 매체들은 연일 미국을 성토하는 칼럼을 쏟아내며 미국과의 ‘지구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전략 중심을 다시 아시아 태평양지역으로 되돌린(아시아 회귀전략)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범위를 넓힌 ‘인도 태평양 전략’을 꺼내며 국제 사회에서 중국을 더욱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전통의 우방 국가들과 관계를 돈독히 함과 동시에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냉전 시대의 사고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번 냉전은 세계 2차대전 이후 형성된 미·소 간의 냉전과는 차이가 있다. 세계화로 인해 양대 진영을 칼로 자르듯이 나눌 수 없게 됐고 서로가 이해관계로 긴밀하게 연결된 현 상황은 바꾸기 어렵다. 또한 국가이념이 진영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중국이 시행하고 있는 비동맹정책, 개혁개방 때문에 세계에서 고립되는 사태 또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중미가 40년 동안 구축한 협력관계는 두 번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이후 양국 간의 경쟁과 대립은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중미 간 장기 대립과 한국

한국은 정치·군사적으로는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고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미 양국이 긴 대치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한국의 입장은 더욱 곤란해질 것이다.

중미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의 대미 수출은 영향을 받을 것이며 이는 중국에 부품과 원자재를 수출하는 한국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무역전쟁의 장기화는 중국 경제성장 둔화를 불러올 것이고 중한 경제 협력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미국의 압박을 버텨가며 중한 간의 과학기술 영역의 협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만약 압박을 견뎌내지 못한다면 중국 기업이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사드 사태 이후 또 한 번 ‘악몽’을 연출하게 될 것이다.

지역 안보 외교 측면에서 중미 대립과 경쟁은 한국에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계속 물을 것이다. 한반도 및 지역 안보 문제 협력 과정에서 한국이 자주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더욱 곤경에 처할 것이다.

세계는 큰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고 중국과 미국은 그 변화에 중심에 있을 것이다. 중미 양국의 상호신뢰 및 전략적 의도 파악 정도에 따라 미래는 바뀔 것이다. 이는 중미 양국 지도자의 배포와 지혜에 달려 있다. 두 나라가 위기 해결의 열쇠를 찾아내 ‘투키디데스의 함정’에서 벗어나길 바라본다.

장중이(張忠義) 중국 싱크탱크 차하얼(察哈爾) 학회 부비서장

정리= 정산호 기자 chu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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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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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주요 고객, 블랙웰 주문 연기"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들이 최신 인공지능(AI) 칩인 '블랙웰(Blackwell)'의 주문을 연기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닷컴의 클라우드 부문, 알파벳의 구글, 메타플랫폼스 등 소위 하이퍼 스케일러 기업들은 엔비디아 블랙웰 GB200 랙의 일부 주문을 줄였다. 하이퍼 스케일러는 대규모 클라우드 컴퓨팅 및 데이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인포메이션은 이들 기업이 100억 달러어치의 블랙웰 랙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블랙웰 [사진=블룸버그] 이들 기업이 블랙웰 주문을 연기하는 것은 출고 초기 발견된 과열과 작은 결함 때문으로 알려졌다. 인포메이션은 일부 고객사들이 차후 버전을 기다리거나 엔비디아의 기존 AI 칩 구매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시설에 최소 5만 개의 블랙웰 칩을 탑재한 AI 가속기 GB200을 설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주문 지연이 발생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협력사인 오픈AI는 엔비디아의 기존 세대 칩인 '후퍼(Hooper)'를 탑재한 가속기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의 향후 실적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제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4분기 블랙웰 매출이 기존 목표치를 초과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날 엔비디아의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동부 시간 오전 10시 54분 엔비디아는 전장보다 2.69% 내린 132.25달러를 가리켰다. mj72284@newspim.com 2025-01-1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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