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주의 선동으로 반미의식 고취
불확실성 증폭, 선전전 효과 의문
[서울=뉴스핌] 이동현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과 관영매체들이 ‘프로파간다'(선전,propaganda)를 통해 국민들을 대상으로 민족주의와 국수주의를 고취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홍콩 매체 SCMP는 중국이 최근 관영매체의 미국에 대한 신랄한 비난을 통해 무역협상 합의 실패에 대한 국내 비난 여론을 잠재우는 동시에 무역전쟁에 대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책임을 부각시켜 대결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려 한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5월 20일 1934년 공산당의 대장정 출발지인 장시(江西)성 간저우(贛州)시 위두(於都)현의 대장정 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사진=바이두] |
이 매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가 지난 5월 11일 이후 연일 한 면 이상을 미국 정부의 ‘경제적 공세’를 힐난하는 칼럼과 논평으로 ‘십자포화’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영매체 CCTV는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지난 5월 말 1934년 공산당의 대장정 출발지인 장시(江西)성을 방문하자 ‘항미 대장정’이란 제목의 사설을 내놓기도 했다.
글로벌 타임즈(Global Times)도 지난 5월 사설을 통해 격화되는 미국과의 통상 갈등을 ‘인민전쟁(人民戰爭)’ 이라고 묘사했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선전전이 무역전쟁에 따른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는 한편, 내부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하이정법대학(上海政法大學)의 천다오인(陳道銀) 교수는 “이같은 움직임은 장기간에 걸친 무역협상에서 성과 도출에 실패하자 중국 지도부가 책임을 면피하고자 하는 의도”라며 “미국을 겨냥한 프로파간다 전쟁은 당국이 무역 분쟁에 대한 명분을 쌓은 한편, 미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난징(南京)대학의 구수(顧蘇) 교수는 “중미 수교 이후 지난 40년간 양국 관계는 오랜 기간 동안 부침이 있었지만 이 같은 중국 관영매체의 미국에 대한 파상공세는 이례적이다”고 진단했다.
구수 교수는 그러면서 “미국에 대한 적대적인 선전전은 서방과 불필요한 갈등 조성을 피하라는 덩샤오핑 전 주석의 지침에도 어긋나는 행위”라고 전했다.
베이징어언대학(北京語言大學) 황징(黃靖) 교수는 “이 같은 프로파간다 전쟁은 미중 관계의 악화는 물론 향후 양국 관계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며 “미국을 겨냥한 애국주의 선동에서 어떠한 논리적 근거를 발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그러면서 “양날의 검 같은 애국주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향후 무역협상에서 미국에 양보 혹은 타협안을 제시해야 할 때 합리적인 결정을 도출하기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dongxu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