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수수료 등 이견...금융권 최초 블록체인 인증 시행 어려워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한 번만 로그인하면 농협금융지주의 계열사인 농협은행, NH투자증권,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농협카드 등의 앱을 이용할 수 있는 '원샷 로그인' 서비스 시행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당초 올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했으나 계열사 간 이견이 발목을 잡았다.
[CI=NH농협금융지주] |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통합인증 서비스를 내년 상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연초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잡았으나 1년 가량 연기된 것이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내부 의사 결정과 금융감독원에 부수 업무 신고 등을 마칠 계획이다. 이달 말 NH투자증권 이사회 결의를 거친 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에 나서게 된다.
농협금융은 지난 1월 디지털금융최고책임자(CDO·Chief Digital Officer) 협의회에서 첫 과제로 블록체인 기반 통합인증 서비스 개발을 꼽았다. 통합인증 서비스를 구축하면 은행, 보험, 증권, 카드 등 앱별로 흩어져 있던 고객들을 자연스럽게 한데 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도 지난 4월 취임 후 주요 과제로 통합인증을 내세웠다. 디지털 경쟁력 확보와 계열사 시너지 확대를 위해 통합인증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그러나 계열사간 의견차를 좁히는 데만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계열사 중 한 곳이 본인인증을 대신하는 방식이라 위탁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보안 이슈나 수수료 산정 문제에 조율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계열사 별로 통합인증에 대한 니즈가 달라 시간이 걸렸다"며 "공감대가 형성된 곳만 추진하려다가 다 같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협금융 관계자는 "다른 계열사의 보안 수준을 은행 수준으로 높여야 하는 이슈도 있고 일부 계열사에선 프로젝트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그룹사 시너지 창출도 속도를 늦추게 됐다. 농협금융은 통합인증을 시작으로 농협금융 내 여러 계열사와 거래하는 고객의 편의성을 향상시켜 로열티를 높이고, 상품 간 교차판매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국내 금융권 내 '첫 블록체인 기반 통합인증'이라는 타이틀도 뺏기게 됐다. 당초 농협금융은 신한금융지주와 블록체인 기반 통합인증 출시를 두고 경쟁했다. 신한금융은 현재 서비스 개발을 마무리하고 금감원 약관 심사를 신청해 놓은 단계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은행연합회나 금융투자협회에서도 서로 다른 솔루션 기반의 블록체인 통합인증을 내놓은 상황이라 고객 입장에서 인증만 너무 많아지는 방식이라고 판단했다"며 "다만 (블록체인)국제표준이 나오면 준비할 수 있도록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