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 정책 여파가 기업 실적 발표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에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라고 자신했던 관세 조치가 캐터필라와 3M 등 미국 기업들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 대표 주가지수 S&P500의 구성 기업의 3분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2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분석가들의 전망치를 넘어선 기업 수는 지난 1분기 같은 기간의 약 절반에 불과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적 경계감은 금리 상승과 맞물리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하락을 이끌었다. 오펜하이머펀드의 탤리 레저 주식 전략가는 "무역 긴장(의 충격)이 미국으로 돌아와 안착했다"며 "시장의 기초체력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관세 덕분에 강달러, 고유가, 금리 상승이라는 역풍을 마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 중국 등 무역 교역국을 상대로 관세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 건설장비 제조업체 캐터필라는 이날 뉴욕 증시 개장 전 행정부의 철강 수입품 관세와 운임 상승으로 3분기에 약 4000만달러의 비용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회사 주가는 장중 약 8% 곤두박질쳤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발 수석 투자 전략가는 "무역 긴장이 실제로 기업 이익을 압박하고 있다"며 "순익 증가세가 아마도 정점을 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에 따라 시장 밸류에이션이 높아져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S&P500지수의 주가수익배율(PER, 12개월 예상 순이익 기준)은 전날 16.2배를 나타냈다. 지난 1월 22일 기록한 올해 고점 18.5배는 낮다.
작년 12월 의회를 통과한 트럼프 행정부의 1조5000억달러 규모 감세는 올해 초반 기업 이익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제는 추가 관세 정책으로 인한 비용 때문에 감세 효과가 상쇄됐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했다.
관세를 부정적 요인으로 언급한 대형 소비재 생산업체 3M은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예상치를 밑도는 분기 매출액을 발표했다. 이어 중국의 경기 둔화와 관세 비용 증가로 인해 순익 예상치를 하향했다고 발표했다. 24일 실적 발표를 앞둔 포드자동차는 지난달 하순 철강 수입품 관세로 순익에서 10억달러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알렸다.
올해 들어 미국 기업의 순이익 증가세는 하향 추세를 그리고 있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순익 증가율은 지난 1분기에 26.6%으로 피크를 쳤다. 발표 중인 3분기 증가율은 현재 22.1%이다. 내년 증가폭은 감세 기저효과로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2분기는 9.0%가 예상된다.
에드워드존스의 케이트 원 투자 전략가는 다른 대형 기업의 순익 전망 하향은 증시 매도세를 가속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기업들이 예상치를 넘어섰음에도 미래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자 투자자들이 견실한 실적이 지속할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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