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보고서 검토 완전히 끝났는지는 확실치 않아"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성폭행 미수 의혹이 제기된 브렛 캐배너 연방대법관 후보에 대한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백악관이 FBI의 인터뷰 보고서를 검토한 끝에 캐배너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는 이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하지만 아직 백악관이 FBI 인터뷰 보고서에 대한 검토를 완벽하게 끝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FBI의 수사 보고서는 상원 법사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되며, 3일 저녁~4일을 기준으로 의원들이 보고서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브렛 캐배너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앞서 백악관은 캐배너 후보자의 성추행·성폭행 혐의에 대한 FBI 수사에 반대 의사를 보여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캐배너 후보를 거듭 "훌륭한 사람"이라고 옹호하며, FBI 수사 요구를 두고 인준 절차를 고의적으로 연기하기 위한 민주당의 정치적 공세라고 비난해왔다. 하지만 캐배너 지명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이 잇따르자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FBI에 추가 조사를 지시했다.
캐배너 후보의 의혹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백악관이 FBI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도 대두됐다. 민주당은 백악관이 FBI의 인터뷰 대상을 제한하는 등 수사에 개입해,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상원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FBI가 캐배너 성폭행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크리스틴 블래시 포드 팔로알토 대학교 교수와도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포드 교수의 변호인도 "포드 교수의 인터뷰가 빠진 FBI의 추가 신원조사를 조사라고 부를 수 없다"며 "우리는 포드 교수가 그의 앞에 닥칠 엄청난 희생을 감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지시하는 이들이 진실을 찾는 데 관심이 없다는 사실에 깊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소속 상원 의원도 "FBI가 캐배너 판사와 포드 교수를 인터뷰하지 않기로 내린 결정은 조사의 신뢰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낼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캐배너 판사를 두고 "좋은 사람이자 훌륭한 지성인"이라고 칭하며, 여전히 캐배너 판사에 대한 두터운 신뢰도를 드러냈다.
한편 미치 맥코넬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은 오는 5일 캐배너 판사에 대한 절차 투표를 진행하기 위한 청원을 제출했다. 맥코넬 의원은 상원의원들이 3일 저녁부터 캐배너에 대한 FBI 조사 결과를 받게 되는 만큼 절차 투표가 진행되기 전까지 사안을 검토할 시간이 충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절차 투표가 진행될 경우, 상원 의원들은 30시간 이내에 캐배너 지명자에 대한 인준 투표를 진행해야 한다.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이 상원에서 각각 51석, 49석을 차지하고 있어 공화당에서 두명의 이탈자가 나올시 캐배너 후보의 인준은 무산된다. 결과가 50대 50으로 갈릴 경우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캐배너의 인준이 가까스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WSJ는 캐배너 후보의 인준 여부와 상관없이 그의 인준을 둘러싼 논쟁으로 미국이 정치적으로 양분됐으며, 향후 연방대법원 정치화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