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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 대부' 파운드리 선지자 장루징

기사입력 : 2018년08월01일 10:41

최종수정 : 2018년09월07일 13:58

파운드리 신화 중신궈지 창립자
좌절을 모르는 '오뚝이 경영인'

[서울=뉴스핌] 이동현기자= “한국 기업들도 하는데 우리가 못할 것이 없다”

중국 ‘반도체 업계의 대부’로 불리며 중신궈지(中芯國際,SMIC)를 세계적인 파운드리 업체로 키워낸 장루징(張汝京) 전(前) 회장이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일성(一聲)이다. 그는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막대한 시장 리스크에 맞서 지속적으로 품질 혁신을 실현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처럼 중국도 세계를 제패 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반도체기업 경영인 출신인 장루징은 지난 2000년 상하이에서 중신궈지(中芯國際)를 설립하면서 중국 본토 반도체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 후 그가 이끄는 중신궈지는 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중국의 입지를 확대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된다.

현재 그는 칭다오에 소재한 반도체 업체인 신언그룹(芯恩集團)의 회장으로써 신규 반도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 파운드리(Foundry): 설계와 기술 개발을 배제하고 팹(FAB)을 통한 반도체 생산에 치중하는 업종으로, 팹리스 업체와 반대되는 개념의 업체들을 가리킨다.

☞ 로직 IC: 시스템반도체의 하나인 논리회로로 구성되며, 제품 특정 부분을 제어하는 반도체를 가리킨다.

중신궈지의 창업자이자 전임 CEO 장루징 회장<사진=바이두>

◆대만 출신 ‘반도체업계 대부’, 대륙 반도체 발전에 기여

‘중국 반도체 업계의 대부, 중국제조(中国制造) 2025 계획의 실행자,거듭되는 실패를 이겨낸 창업왕’

올해 70세인 중신궈지의 창업자이자 전임 CEO인 장루징(張汝京)을 수식하는 말이다. 그는 대만대(台湾大)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1977년 미국 반도체 업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에 입사하면서 반도체 업계에 몸담게 된다.

그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핵심 부서인 집적회로(IC)를 연구하는 ‘DRAM R&D 부서’에서 20년간 근무하게 된다. 당시 이 부서는 집적회로의 발명자인 노벨 물리학 수상자 잭 킬비(Jack Kilby)가 이끌고 있었다. 장루징은 D램(DRAM)부서에서 미국,일본, 싱가폴,대만 등 전세계 곳곳에 반도체 공장을 구축하며 풍부한 운영 노하우를 쌓게 된다.

하지만 80년대 이후 미국 반도체 업계는 일본 업체들의 거센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내리막길로 접어들게 됐다. 마침내 1997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D램 사업을 접으면서 해외 공장 매각을 본격화했다.

이때부터 장루징은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를 퇴직한 후 고국인 대만에서 화방뎬(華邦電) 등 업체의 펀딩을 받아 스다반도체(世大半导体)를 설립,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다.

이 업체는 대만 업체중 TSMC(臺積電), UMC(聯華電子)에 이어 3번째로 집적회로 웨이퍼 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집적회로 웨이퍼 사업은 당시 대만공업기술연구원장(臺灣工業技術研究院)을 역임한 장중머우(張忠謀)가 대만 정부에 제안한 전략사업으로, 대만 업체들이 잇달아 뛰어들면서 세계 반도체 업계의 지형도를 바꾸게 된다.

장루징은 업계 1위 TSMC의 강력한 견제속에서도 설립 3년만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피땀흘린 노력으로 거둔 성취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업체의 대주주가 스다반도체(世大半导体)를 50억달러에 경쟁사인 TSMC에 매각한 것. 당시 장루징은 대주주로부터 매각에 관련된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 장루징은 자신의 지분을 매각한 자금을 바탕으로 상하이에서 파운드리 업체 중신궈지(中芯國際)를 세우며 재기를 노리게 된다. 그 후 장루징은 같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출신이자 ‘파운드리 업계의 맞수’로 불려온 TSMC의 장중머우(張忠謀)회장과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을 펼치게 된다.

장루징 회장이 이끄는 신언그룹과 협력사간의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 체결 현장<사진=바이두>

◆ 업계 1위 파운드리업체 키워내, 불굴의 '오뚝이 경영인'

장루징은 2000년 상하이에서 반도체업체 설립에 나서면서 상하이실업(上海實業),골드만삭스, 화덩궈지(華登國際) 등 16개 업체로부터 펀딩을 받는데 성공했다. 

장루징이 중신궈지를 설립할 무렵에는 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그는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저가로 중고 설비를 매입하는 한편 3곳의 8인치 웨이퍼 생산라인을 구축하면서 반도체 호황기를 대비한 '규모화의 경제' 실현에 역점을 뒀다.

2003년 중신궈지는 약 6억달러에 달하는 유상 증자에 성공하면서 12인치 웨이퍼 공장을 구축하게 된다. 또 같은해 모토로라의 8인치 웨이퍼 공장을 저가에 매수하게 된다. 이로써 중신궈지는 설립 3년만에 4곳의 8인치 웨이퍼 제조라인 및 1곳의 12인치 웨이퍼 제조라인을 보유하게 됐다.

더불어 중신궈지는 제품 면에서도 차별화를 실현했다. 동종 업계 경쟁사인 대만 업체와 달리 파운드리(위탁생산)는 물론 시스템 반도체인 로직 IC, 메모리 반도체인 D램에까지 손을 뻗었다.

장루징의 지휘하에 중신궈지는 중국 파운드리업계의 성장을 이끌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설립 3년차인 2003년 중신궈지의 매출 규모는 3억 6500만 달러로 업계 선두와는 차이가 컸지만 연간 매출이 6배 이상 신장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반도체 업체로 주목을 받았다.

2004년 중신궈지는 홍콩 및 뉴욕거래소 상장에 성공하는 한편 같은해 싱가폴의 차타드 반도체를 제치고 글로벌 3대 웨이퍼 제조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일까. 그는 2009년 11월 동종 대만 업체인 TSMC와의 특허소송에 패소하면서 결국 중신궈지의 CEO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럼에도 그는 중국 파운드리 업계의 눈부신 발전에 가장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이다.

그 후 그는 2014년 6월 실리콘웨이퍼 업체인 상하이 신성(新昇) 반도체를 설립, 경영일선에 복귀한다. 장루징은 일본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웨이퍼 분야에서 국산화를 추진, 기술면에서 상당한 진전를 이뤘다.

현재 장루징은 칭다오의 반도체 업체 신언그룹(芯恩集團)의 수장으로서 신규 프로젝트인 CIDM 반도체(Commune IDM, 공동형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이 프로젝트에는 150억위안에 투입될 예정으로, 2022년까지 집적회로(IC) 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dongxu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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