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민들 최악의 상황 대비해 떠날 채비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북한의 공격 위협에 괌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일촉즉발의 전시 상황을 연출하면서 파장이 괌으로 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맞게 될 것”이라며 북한에 으름장을 놓자 북한은 괌의 미국 공군 기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지난 7월 28일 시험발사한 ICBM급 화성-14호 미사일 <사진=조선중앙통신> |
이 때문에 일본에서 남쪽으로 2400km 가량 떨어진 태평양의 작은 섬이 극심한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에디 바자 칼보 괌 주지사가 “괌을 공격하거나 위협하는 것은 곧 미국에 대한 행위와 마찬가지”라고 밝힌 가운데 주민들은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37세의 버스 운전 기사인 세실 추그래드는 ABC뉴스와 인터뷰에서 “두려움과 패닉에 빠진 상태”라며 “정말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면 가족을 위해서 당장 이 곳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괌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토드와 미치 톰슨 형제는 “이 곳 사람들은 모두 망연자실한 상태”라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북한의 위협이 공염불로 보이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워싱턴의 대응 전략이 최근 급격하게 변화한 만큼 누가 무슨 일을 저지를 것인지 예측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화를 통한 북한의 비핵화 전략은 실패라고 주장하고, 직접적인 군사적 공격 가능성을 수 차례 밝혔다.
미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백악관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형제는 앞으로 몇 주 이내에 괌을 떠날 계획이다.
괌에 거주하는 미국인 재키 한슨은 텔레그라프와 인터뷰에서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며 “거의 모든 물가를 수입에 의존하는 작은 섬이 실제 미사일 공격을 당할 경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괌은 미국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가 배치된 군사 허브에 해당한다. 북한은 수 년 전에도 이와 흡사한 위협을 가한 바 있다.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칼보 주지사는 “당장 북한이 미사일 공격을 강행할 위험은 낮다”면서도 군과 정치권 지도자들을 소집해 비상 대책 회의를 갖고 방어 체제를 점검했다.
조지 차푸로스 괌 국토안보보좌관은 북한의 공격에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하고, 거주민들에게 침착할 것을 당부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