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준영(김명민)은 딸 은정(조은형)을 만나러 가던 길, 딸의 죽음을 목격한다. 충격도 잠시,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두 시간 전으로 돌아가 있다. 준영은 어떻게든 사고를 막으려 발버둥 치지만, 결과는 계속 되풀이된다. 그렇게 지옥 같은 시간을 오가던 중 민철(변요한)이 나타난다. 민철 역시 사고로 아내를 잃고 하루를 반복하는 상황. 두 사람은 하루의 끝을 바꾸고자 힘을 합친다. 그러나 의문의 남자가 등장하면서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타임 루프.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동일한 기간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 영화 ‘하루’는 알려졌다시피 타임 루프를 소재로 했다. 그간 드라마, 영화에서 자주 사용된 (그래서 진부한) 소재. 당연히 기대보다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하루’는 생각 이상의 빠른 전개와 흡인력을 가지고 있었다. 조선호 감독은 타임 루프의 매력만을 뽑아와 자신이 설계한 독창적인 이야기 구조와 버무렸다.
덕분에 ‘하루’의 매력 역시 이 ‘반복되는 하루’에서 발생한다. 조 감독은 똑같은 상황을 되풀이하며 달라지는 인물의 선택, 그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상황과 감정선에 집중했다. 이야기가 반복될수록 숨겨둔 사연을 하나씩 풀어 지루함도 덜어냈다. 같은 장면은 빠른 편집으로 최대한 간결하게 정리했다. 물론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도 심심찮게 눈에 띄지만, 지지부진한 전개로 속도감을 잃은 것보다는 현명한 선택이다.
영화가 늘어지지 않은 데에는 명배우들의 도움도 컸다. 시간 안에 갇힌 세 남자, 김명민, 변요한, 유재명의 열연은 되풀이되는 장면에 매번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반복 속 켜켜이 쌓여가는 감정 연기야 말할 것도 없다. 특히 김명민의 절절한 부성애 연기가 인상 깊다. 김명민의 얼굴과 대사, 손짓은 몇 번이고 관객의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제50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다. 오는 15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CGV아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