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사업 OLED로 중심 이동
중국업체 방어·차체 물량 소화 등 LCD 과제에 고민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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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최유리 기자] '갤럭시S8' 등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 증가로 축포를 쏜 삼성디스플레이가 고민에 빠졌다. 장기적으로 사업 중심을 액정표시장치(LCD)에서 OLED로 옮겨야 하지만 LCD 사업을 무작정 축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OLED 시장을 선도하는 동시에 LCD 패권을 유지해야 하는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선 LCD 사업이 '계륵'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와 LCD 사업 간 실적 격차가 커지면서 OLED가 주력 사업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실제 증권업계는 지난 1분기 OLED 사업부 매출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4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6%에 달한다.
같은 기간 LCD 사업 매출은 2조4860억원으로 38.4%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OLED 매출 비중이 40% 가량이었던 2015년 1분기와 비교하면 간판 사업이 역전된 셈이다.
OLED가 중심으로 부상한 것은 해당 패널을 적용하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상반기 삼성전자의 갤럭시S8에 이어 하반기 애플의 아이폰8에도 OLED 패널이 탑재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움직임이 바빠질 수밖에 없다.
삼성, 애플뿐 아니라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중저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OLED 적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스마트폰용 OLED 시장은 올해 87억달러(약 10조원)에서 2020년 304억달러(약 9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금같은 추세라면 2021년부터 스마트폰 시장에서 LCD가 대부분 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켓의 박진한 이사는 "올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기업으로 완전히 변신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OLED 매출액이 LCD 매출액을 넘어서는 원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생산 라인 및 인력 재편으로 OLED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말 LCD 패널을 생산하던 충남 아산시 탕정 L7-1 라인을 중단하고 OLED 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력도 LCD에서 OLED로 상당수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OLED 사업을 맡고 있는 임원(31명) 비중은 30%로 2015년 1분기(14%)보다 크게 늘었다. 생산 인력도 함께 이동하면서 OLED를 앞섰던 LCD 인력 규모는 비슷해진 각각 1만2000명 수준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LCD 사업부 내부에선 불만이 커진 상황이다.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줄어든 인력으로 TV 패널에 들어가는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잔업 부담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LCD 사업부의 한 생산직원은 "연초 OLED 사업부와 PS(초과이익에 따른 성과급)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사기가 저하된 분위기"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은 맞춰야하는 상황이라 특근과 잔업을 모두 소화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전했다.
내부 분위기를 달래야 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답답하다. OLED 수요 증가와 생산직 불만에도 LCD 사업을 무작정 줄일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다. OLED에만 집중할 경우 중국에 LCD 사업 패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LCD 생산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국내 업체들을 턱밑까지 따라왔다. 지난해 10.5세대 공장을 착공한 BOE가 내년 본격 생산을 앞두고 있으며, 차이나스타(CSOT)도 11세대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TV 패널 등 현지 공급 물량을 기반으로 성장한 이들이 지금같은 투자를 지속할 경우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1월 BOE는 대형 LCD 시장에서 출하 대수 기준으로 점유율 1위(22.3%)를 차지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대형 LCD를 출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LCD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것도 해당 사업을 쉽게 축소할 수 없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현재 OLED 대신 LCD 기반의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삼성디스플레이가 아닌 다른 회사 수급에 의존할 경우 TV 사업의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 지난해 샤프가 패널 공급을 갑작스레 중단했기 때문에 자체 생산라인 확보가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LCD 투자로 중국의 추격을 저지하고 내부 불만을 달랠지 OLED 투자에 힘을 모을 것인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향후 시장 수요와 가격을 예측하면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