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항공기 등 PF 중심 재편 속 IPO+M&A 갈 길 잃어"
[뉴스핌=조한송 기자] "IPO 업무가 증권사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의미 없어지는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대형 딜(거래)은 대형사로 몰리고 중소형사는 작은 딜을 나눠먹는 실정이죠. 좁아지는 시장에서 주니어 직원들에게 일을 계속 가르쳐야하나 혼란스럽네요."
기업공개(IPO) 업무만 20여년. 그간 굴지의 기업들을 꾸준히 상장시켰던 증권사 임원 A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상장주관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수료 자체가 워낙 박해진 데다 그나마 많지 않은 딜도 대형사 위주로 몰리자 2~3년차 주니어 직원들에게 이 일을 계속 가르쳐야 하나 회의감이 든다고 한다.
대형사들 역시 공모시장 경쟁이 치열하지만 중소형사들은 특히나 평가 항목에서 자기자본이나 지점수 등에서 밀리면서 더욱 열악해졌다. 실제 지난해 IPO 업계 대어로 꼽힌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밥캣, 넷마블게임즈 등의 주관계약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 등 대형사 몫이 됐다.
비단 IPO뿐만이 아니다. IPO와 마찬가지로 매도, 매수 자문 수수료 기반 영업인 M&A자문 부서 역시 처지가 다를 게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 주니어 직원들이 증권사에서 가장 가고싶은 부서로 M&A부서를 꼽곤 했는데 현재 증권사내에서 돈을 제대로 버는 M&A팀은 거의 없다"며 "국내의 큰 딜은 외국계가 가져가고 중형 딜은 회계법인에서 맡다보니 매일 밤새며 고생은 하는데 돈은 못벌고...사정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 M&A 부서야말로 없앴다 만들었다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더욱이 작년 대체투자 열풍이 불면서 정통 IB맨들의 소외감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대체투자시장은 주식발행시장(ECM), 채권발행시장(DCM)에 비해 아직은 경쟁이 덜 치열하고, 딜에 따라선 큰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 전체 IB본부 내 인력과 수익 비중이 점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PF 관련 부서에 적을 두기만 해도 성과급 등에서 여타 부서와 확연히 차이가 나는 탓에 대체투자업무 선호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주니어 직원들 사이에선 IB 내에서도 특히 투자부서에 관심이 집중된다. 대형증권사에서 회사채 발행업무를 맡고 있는 입사 4년차 B씨 역시 투자부서로 전환을 원하고 있다. B씨는 "인센티브도 그렇고 돈버는 규모 면에서 워낙 차이가 생기다보니 IB 내에서도 PF쪽으로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작년에 해당 팀으로 전환 기회가 생겨서 가려 했으나 무산됐다. 기회만 되면 언제든지 투자부서로 옮길 생각"이라고 전했다.
앞선 A씨 역시 "중형사에서 수수료베이스의 정통IB 부서는 돈도 안되고 갈 길이 막막해 자기자본투자(PI) 등 투자부서로 이동을 고려하고 있다"며 "특히 IPO의 경우 수수료수익이 박한데다 이후 지점에 대주주를 소개해준다던지 퇴직연금에 가입시킨다던지 부가업무가 많다. 회사에선 단기 수익을 중시하다보니 업무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뉴스핌 Newspim] 조한송 기자 (1flowe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