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분명한 실체에 출자자 내역 및 설립목적 확인 불가...금융당국도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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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지완 기자] #1. 핫텍은 지난해 상반기 자본잠식률이 71.8%에 달했다. 이후 60억원 3자배정 유상증자 등 투자금 유치소식에 급등했다. 그런데 유상증자금 납입일이 다가오자 정정공시를 통해 4차례나 유증납입일을 연기했다. 투자는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2월 한달간 주가는 8900원에서 1만7500원까지 올랐다.
#2. 디엠티는 12월9일 BW·CB·유상증자 등을 통해 210억원의 자금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자금조달 기대감에 주가는 급등. 2월1일까지 납입예정이었던 이 자금은 5월10일로 납입일이 변경됐다. 한 달반 동안 주가는 3155원에서 7620원까지 급등했다. 대표이사는 그 사이에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3. 코디엠. 지난해 8월 최대주주가 아이리스1호투자조합으로 변경됐다. 인수 100여일 만에 주가는 753원(8월19일 종가, 수정주가)에서 4055원까지 올랐다. 이 기간 대표이사 변경을 시작으로 액면분할, 무상증자, 300억원 CB 자금유치, 무상증자 등의 이슈로 주가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리고 지난 12월27일 항암제 관련사업을 하는 웰마커의 지분 37.5%를 30억원에 사들였다. 같은날 아이리스1호투자조합은 보유중인 지분 전체를 정리하고 해산했다. 다음날 최대주주는 케이바이오투자조합으로 변경됐다.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최대주주가 ‘투자조합’이란 점이다. 최근 투자조합이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해 주가 급등을 조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문제는 투자조합에 출자한 투자자가 누구인지 어떤 목적으로 조합이 설립이 됐는지 등을 전혀 알 수 없어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투자조합 최대주주 = 깜깜이 투자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조합이 최대주주로 된 것은 32건으로 2015년 9건에 비해 급증했다.
투자조합이 최대주주가 돼 경영권 전반을 행사하지만 그 실체를 제대로 알 수 없다. 김창호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공시부 부장은 “투자자들이 투자조합의 조합구성원 내역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투자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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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조합에 대한 전체 자료<자료=KRX 상정법인 지분정보센터> |
‘KRX 지분정보센터’에서도 투자조합의 재무정보, 대표조합원 그리고 최다출자자 정보만 공개하고 있다. 최다출자자 지분이 20%일 경우 나머지 80%의 투자자 정보는 알 수 없다는 얘기다.
투자목적 역시 불분명하다. 김도인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 국장은 “요즘 투자조합은 해당 투자조합이 장기투자 목적인지, 경영권 취득 목적인이지, 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면서 “소액투자자로 불리는 개미들이 투자조합의 실체에 접근해 나갈 방법이 없어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투자조합이란 명칭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혼란을 부추긴다. 오상옥 중소기업청 엔젤투자지원센터 주무관은 “개인투자조합, 창업투자조합, 한국벤처조합은 벤처기업육성에 의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만들어진 투자조합”이라며 “하지만 이들 외에 투자자 몇 명이 모여 만들어 단체 역시 '투자조합'이란 명칭을 마음대로 쓰고 있어 혼란을 더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벤처투자조합을 비롯해 중기청에 등록된 조합은 등록과정에서 출자자들의 명단이 제출된다”면서 “하지만 민법에 의해 만들어진 투자조합은 정확한 투자자의 모습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투자조합의 투자금 회수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투자조합이 최대주주로 들어와 4개월간 6배의 주가차익을 남기고 떠난 코디엠의 주식담당자는 “FI(재무적투자자)와 SI(전략적투자자)를 구분해 판단해야 하는데 아이리스투자조합1호는 FI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조합은 경영에 직접 참여해 단기 주가부양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어 기존의 FI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FI는 사업권 획득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투자자금에 대한 배당과 원리금 수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기 때문에 순수 투자자에 가깝다.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증권, 보험, 자산운용사)가 여기에 해당된다.
SI는 실제 사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자금을 들여 회사를 인수한다. 장기적으로 M&A를 염두해 두지만 기업재무나 경영상태를 정상화시킨다. ‘기업구조조정 → 실적 정상화 → 매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모펀드가 여기에 해당된다. 다시말해 투자조합은 SI도 FI도 아니라는 얘기다.
다른 문제는 투자조합의 불투명성을 악용한 주가조작을 통한 부당수익 가능성이다. 일수 등의 사채업을 영위하는 L씨는 “투자조합 자체의 이익만을 따지는 것도 무의미하다”면서 “투자조합에 참여한 뒤 대표조합원 한명만 포섭하면 얼마든지 주가 조작을 할 수 있다. 조합이 꼭두각시 대표이사를 선임한 뒤 주가를 띄우는 동안 차명으로 주식을 사고 팔면 얼마든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 거래소 “투자조합 문제인식...대응책 마련까진 시간 필요”
문제는 거래소내에도 투자조합원 공개를 두고 부서간 입장차가 크다. 관련규정 개정까지 시일이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남찬우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투자자보호부 부장은 “예컨대 비상장 기업이 최대주주로 있는 경우 대부분은 주주구성원을 알지 못한다”면서 “예를 들어 롯데경영권 분쟁이 처음 일어났을 때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를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또, 거래소는 문제를 일으키는 행위의 주체인 ‘투자조합’보다는 불법행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 8일 코스닥 기업들의 3자배정 유상증자 발표 → 주가부양 → 납입지연 또는 증자철회 반복이 일어나자 6개월내 유증납입이 안되는 경우 공시위반 제재안을 내놨다.
거래소 공시부 김창호 부장은 “유상증자와 관련 통계를 살펴본 결과 일반적으로 5개월이 넘도록 유증대금 납입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자금조달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래서 6개월내 유증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공시위반에 해당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투자조합의 실체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과 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라는 답변을 내놨다.
[뉴스핌 Newspim]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