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준비 과정서 '옵티스→쏠리드'로 주체 변경…변 회장은 입지 줄어
[뉴스핌=추연숙 기자] 팬택 인수전에 뒤늦게 발을 들여 놓은 통신장비업체 '쏠리드'가 1대 주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에서 쏠리드는 팬택 인수 및 향후 경영에서 대표로서 지속 참여하기로 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추가적인 펀딩으로 새로운 투자자가 더 생길 수는 있겠지만, 쏠리드가 1대 주주인 구도는 유지하기로 합의가 됐다"고 밝혔다.
![]() |
(왼쪽부터) 이주형 옵티스 대표, 정준 쏠리드 대표, 변양균 옵티스 회장, 이준우 팬택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도 판교 소재 쏠리드 사옥에서 팬택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쏠리드> |
현재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1대 주주인 쏠리드, 2대 주주인 옵티스 두 업체다. 쏠리드는 6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고, 옵티스의 투자금액은 밝혀지지 않았다. 컨소시엄은 팬택 인수대금 400억원 중 남은 비용에 대한 재무적 투자자를 구하고 있다. 향후 추가로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2대 주주는 변동될 수 있지만 1대주주는 쏠리드가 맡기로 확정됐다.
최근 한 달 여간 전개된 팬택 인수 과정에선 옵티스가 대표로서 주목받아왔다. 앞서 광학기기업체 옵티스, EMP인프라펀드가 참여한 '옵티스 컨소시엄'은 지난달 16일 법원으로부터 우선인수대상자로 허가를 받았다. 옵티스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회장으로 영입하며 팬택 경영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상황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지난 17일 쏠리드가 팬택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다고 공시하면서다. 법원은 옵티스가 이끌어 왔던 컨소시엄에 쏠리드가 참여하는 것을 허가했다. 자금 확보 역할을 맡아왔던 EMP인프라펀드는 빠지기로 했다. 컨소시엄의 명칭은 쏠리드를 대표로 앞세운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으로 변경됐다. 팬택과의 본계약 체결식도 경기 판교에 위치한 쏠리드 본사에서 열렸다.
인수 주체가 바뀌면서 기존에 알려진 팬택 경영 구도에도 변화가 생긴다. 당초엔 변 회장이 옵티스와 팬택 등을 아우르는 옵티스 그룹을 총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 주체가 쏠리드로 바뀌면서 팬택이 옵티스 그룹에 속한다는 기존 계획은 철회됐다. 변 회장과 옵티스는 주주로서 참여하는 정도로 역할이 축소될 전망이다.
새 팬택의 이사진도 쏠리드가 주축이 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팬택 CEO를 맡고 있는 이준우 대표는 유임될 가능성이 있다. 컨소시엄 측은 "팬택이 할 스마트폰 사업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적합하다고 보고 최대한 기존 경영진 상당수가 역할을 이어가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쏠리드는) 대주주로서 저희가 생각하는대로 경영 방향이 잘 움직여가도록 다른 주주들과 함께 임원 임명 권한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쏠리드가 실질적으로 팬택을 인수까지는 약 두 달 간의 일정이 남아있다. 컨소시엄은 법정관리 중인 팬택의 회생계획안을 만들고, 나머지 인수 대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팬택은 오는 9월 11일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관계인집회를 열고 채권단 등의 동의를 얻을 예정이다.
쏠리드는 국내 통신 장비업계 1위인 코스닥 상장사다. 북중미, 유럽과 중동 시장에도 방송 통신장비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006억원과 167억원이다. 쏠리드는 팬택 투자 참여 배경에 대해 "동남아 시장 진출에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전략적인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추연숙 기자 (specialke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