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피해 대기업은 미미...대통령 "위기가 기회"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최근 일본 수출이 큰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엔저 '비상'이 걸린 가운데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들의 투자 유도를 위한 규제완화에는 전 부처가 협업을 통해 빠르게 대책을 내놓은 반면 중소기업 피해가 큰 엔저 대책은 미시적인 보완이나 체질개선 등 장기 과제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로 엔저현상이 본격화되고 새해 초 엔저현상에 증시가 대폭락하자 피해가 큰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대책을 내놓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외수출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무역금융 지원도 확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방점은 대책보다는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맞아 원가절감,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을 높히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데 맞춰졌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중소기업에 대해선 미시적인 접근으로 지원책을 강구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는 엔저 '위기'를 기업들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구랍 27일 '201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엔화가치가 점진적으로 하락하면서 원화의 경쟁력 문제는 늘 지적돼 왔다"며 "수출다변화도 이뤄졌고 기술경쟁력도 갖춰져 있어 과거와 다르게 엔화변동에 따른 영향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정은보 차관보는 "엔화절하 문제에 대해서는 한번 경험했기 때문에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체질개선 통해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소기업 대책을 내놔야 할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의 현장 애로사항을 수집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다.
누구보다 앞서 엔저 '비상'에 따른 대책을 만들어야 할 대통령과 부총리, 차관보의 말을 종합하면 지금의 위기는 충분히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구조조정 등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번 엔저현상으로 당장 피해를 보게 될 중소기업 입장에선 대통령과 부총리, 차관보의 말과 중소기업청의 거북이 행보에 분통이 터질 만하다.
정부의 엔저 대책에 대한 움직임을 보면 지난해 대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대규모 규제완화에 나섰던 것과도 비교된다.
정부는 지난해 전례없이 무려 4차례에 걸친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규제를 대폭 풀어 대기업들에게는 수십조원의 혜택을 줬다. 정부는 대기업의 경우 일본 수출이 10%에 불과해 큰 영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YTN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에 출현해 "최소한 2년 정도는 엔화약세가 대세"라며 중소기업에 대한 긴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중소기업 68%가 환헤지를 전혀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환차손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대기업의 수출단가 인하 압력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환헤지 같은 비용을 지원해준다든지, 너무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운영자금을 지원한다든지 하는 긴급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