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의 '두 자녀 정책'으로 전세계 영유아 관련 산업이 들썩이고 있다. 그 중 분유업계는 '둘째 특수'를 가장 많이, 제일 직접 누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두 자녀 허용 정책에 따라 분유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10~20%의 수직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중국이 18기 3중전회(제18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부 중 한 명이 독자일 경우 두 자녀 출산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후, 중국 증시에서는 영유아 조제분유 생산업체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분유 시장이 '호재'를 맞아 큰 기대감에 휩싸였다. 외국계 분유회사는 중국에서의 전통적 시장 우위를 굳히기 위해 절치부심중이고, 중국 로컬업체은 시장 탈환을 위한 반격에 나설 태세여서 중국 분유시장은 새로운 경쟁 국면을 맞고 있다.
◇ '둘째 아이' 출산으로 분유시장 매년 10~20% 성장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중국에서 0~3세 영유아 인구는 6900만 명. 연간 출생 신생아 수는 1700만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모유 수유가 불가능하거나 모유와 분유를 혼합 수유해야 하는 신생아는 적어도 전체의 20%인 34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의 분유 업계 전문가들은 두 자녀 출산 제도가 전국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5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조제분유 시장 규모가 매년 10~20%의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자녀 출산 제도가 정착되면 중국의 연간 출생 신생아 수가 2000년 전후와 비슷한 1780만~19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2012년 중국에서 출생한 신생아 수는 1635만 명이었다.
분유 업계는 25~34세 도시(대도시와 소도시 포함) 가임 여성 인구가 둘째 출산 제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수치에 따르면, 2012년 중국의 공식 집계 인구는 13억 5404만 명. 이 가운데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15~49세 여성은 3억 8000만 명에 이른다. 또한, 임신·출산이 가장 왕성한 20~29세 여성 인구수가 1억 1000만 명에 달한다.
화태증권(華泰證券)은 최근 보고서에서, 2015년~2018년 사이 신생아 출생 수가 급증해 '신(新) 베이비붐' 시대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부터는 신생아 증가세가 주춤해지겠지만, 한 자녀 출생만 가능하던 과거보다는 훨씬 많은 신생아가 태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보고서는 2015년~2017년까지 연간 신생아 증가율이 각각 25%, 25%,20%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2015년과 2016년에만 둘째 출산으로 약 200만 명의 아이가 '추가'로 태어난다는 계산이다. 2018년~2019년에는 신생아 증가율이 15%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생아의 증가는 분유 수요 증가로 직결된다. AC닐슨에 따르면, 2012년 중국 분유 시장 매출규모는 385억 위안(약 6조 7000억 원)을 기록했고, 분유 매출액은 최근 몇 년 연간 38억 5000만~77억 위안씩 늘어나고 있다. 둘째 아이 출산으로 분유 판매량은 매년 10~20%가 추가로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는 2015년 중국의 영유아 조제분유 시장 규모가 800억 위안(약 1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화태증권은 '두 자녀 제도'가 정착되면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에서 신생아수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대도시에서는 경제적 부담이 크고, 경제생활로 부부가 떨어져 지내는 비율도 높아 둘째 출산을 원하는 가정이 중소도시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유의 수요가 3·4선 도시를 중심으로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3·4선 도시는 직할시·부성급시인 1선도시와 각 성도(省都)와 경제특구 도시인 2선도시를 제외한 중소도시를 가리킨다.
◇ '고속질주' 외국 분유 업계, '둘째' 업고 비상 준비
외국계 분유 기업은 올해 연초부터 시장독점과 가격 담합 등 의혹으로 중국 감독 당국과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고 있지만, 중국 소비자의 외국계 분유 선호도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외국 분유의 '인기' 상승은 중국산 분유에 대한 깊은 불신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안후이(安徽)성 푸양(阜陽)현에서 발생한 '가짜 저질 분유' 사건으로 전국에서 수 십 명의 아이가 숨지고, 수많은 아이의 머리가 기형적으로 커지는 대두증(大頭症)에 걸렸다.
2008년에도 멜라닌에 오염된 분유로 인해 6명의 유아 사망한데 이어 2010년에는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분유가 유통되는 등 불량 분유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분유를 사기 위해 외국으로 직접 '원정'을 나가는 부모들도 생겨나고, 중국 시장에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외국 수입 분유와 외국 브랜드 분유의 소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
베이징(北京)에서 외국계 기업에 다니고 있는 한국인 강모씨(여·32세)는 "어린 아이를 가진 중국인 직장 동료 가운데 중국산 분유를 이용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대부분이 외국 브랜드의 분유를 이용한다. 나 역시 한국에서 분유를 공급받는다"라고 밝혔다.
2013년 8월 기준, 중국 조제분유 시장에서 외국 분유의 시장 점유율은 51.41%에 달한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6대 외국 브랜드 분유의 시장점유율은 듀멕스(Dumex) 16.76%, 메드존슨(Meadjohnson) 12.06%, 네슬레(Nestle) 10.58%, 애보트(Abbott) 7.29%, 와이어스(Wyeth) 4.72%이다.
이들 외국 브랜드 가운데 애보트·와이어스·메드존슨과 듀멕스는 한 통당 150위안 이상 가격대의 고급 분유와 60~120위안의 중저가 분유 상품을 고루 갖추고 있다. 네슬레는 중저가 조제 분유를 주력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이처럼 외국계 브랜드가 조제분유 시장을 입체적으로 장악하고 있어 중국산 분유 업계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중국산 분유 업계의 상품 연구개발 실력과 기술력이 외국 분유 업계에 못미치고 있어 중국 분유 시장에서 외국 분유 업계의 '활약'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下편에서 계속 )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