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사 CEO 절반, 임기 만료
[뉴스핌=한기진 기자] 증권사의 회계결산 시점이 3월에서 12월로 바뀜에 따라 내년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교체될 전망이다. 유례없는 불황과 수익성 악화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산규모 상위 20개 증권사의 CEO 23명(공동대표 3개사) 가운데 10명이 내년 3월 주총을 전후에 임기가 만료된다.
김해중 교보증권,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이현승 SK증권,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고원종 동부증권, 나재철 대신증권, 김용범 메리츠종금증권, 임창섭·장승철 하나대투증권, 전상일 NH농협증권 사장 등이다.
이들이 2~3년 전 선임됐을 땐 주총이 5, 6월에 열렸지만 내년에는 3월 경 주총에서 재신임을 받아야 하므로 임기가 3개월여 단축됐다.
업계에서는 재선임 확률은 낮은 것으로 보고있다. 불황 여파로 경영성적표가 매우 저조하기 때문이다. 또 작년과 올해 이들 20개사의 CEO 중 13명이 교체되는 등 증권업계는 CEO 교체가 잦은 편이다.
증권사들의 올 상반기(3~9월) 당기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 이상 줄었다. 이 여파로 증권사마다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금융지주사 계열 증권사 CEO 교체 가능성은 매우 높다. 금융지주사 안팎에 증권사 CEO를 노리는 인물이 많아 강대석, 전상일, 임창섭, 장승철 사장 등은 재선임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임창섭 사장은 하나금융을 만든 공신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강대석 사장은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이 12월 결정되고 곧이어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에서 계열사 CEO를 결정하는 변수까지 있다. 신한금융은 그동안 신임 회장이 선임되면 자회사 경영진도 새 인물로 교체해왔다.
연임한 김해중 교보증권 사장, 이현승 SK증권 사장도 입지가 불안하다는 평이다.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은 같은 시점에 임기가 끝나는 임원 20여 명의 인사가 최근 실시된 것을 감안할 때 이어룡 회장이 어떤 결심을 할지 관심사다.
한편 김석 삼성증권, 권용원 키움증권,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 등은 임기가 1년여 더 남아있다. 이중 김석 사장이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관심사다.
김석 사장은 2011년 12월 그룹인사 당시 취임한 이후 홍콩법인 철수를 시작으로 부서 전환배치 등을 통해 인건비 등을 120억원 줄였다. 그럼에도 지난 2분기(7~9월) 당기순이익이 209억원에 그쳐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7.7% 감소했다. 이르면 내주로 예정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그의 이름이 남아있을지 관심사다.
김기범 사장도 KDB대우증권이 지난 2분기 연결기준으로 당기순손실 52억원을 기록해 실적악화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위치다. 그러나 실적악화의 주요인이 중국고섬 등 1회성 적자인데다, 모그룹인 산은금융지주 홍기택 회장이 지난 7월 김 사장을 재신임했고, 금융지주사는 중도에 CEO를 교체하는 일이 자주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기(2015년3월)중 해임 우려는 일단 적다.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은 키움저축은행이 지난 2분기 흑자전환을 이루는 등 양호한 성적 덕에 2015년까지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계열 증권사 한 임원은 “증권사 사주들이 1년은 버티겠다고 했는데 요즘에는 더 힘들어지니 증권사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은행보다 ROE가 낮은 것을 용납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