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정은 기자]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요새 ‘수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잘나가는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가 아니라, 수입과 지출을 뜻하는 수지(收支)다.
최경수 호가 출범한 지 50일이 지났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취임 당시 기자들과 만나 "거래소의 수익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75%인데, 최근 수입이 많이 줄었다"며 "20~30%의 경비를 절감하는 긴축경영을 통해 고삐를 바짝 조이겠다"고 언급했다.
헛된 구호가 아니어서일까, 거래소 임직원들은 그 앞에만 가면 자신도 모르게 긴장한다고 전한다. 허투루 쓰이는 돈이 없는지, 벌여놓은 사업에 빈틈은 없는지 꼼꼼히 검토하는 최 이사장의 성격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며 최 이사장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조달청장 등을 역임한 세제 전문가답게 어려워지는 살림을 꾸려가기 위한 방안을 짜내고 있다.
최 이사장은 최근 한 임원이 올린 보고서를 되돌려보냈다. 양식대로 보고하다보면 빠지는 부분이 생기는데 그것까지 자세히 기재해서 다시 가져오라는 주문이었다.
최 이사장은 "내가 부장들이 아는 수준까지는 알아야 조직을 완전히 이해하고 끌고가지 않겠냐"며 "분량 관계없이 꼼꼼히 모두 기재하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관직에서 물러난 후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현대증권 사장을 지냈다. 하지만 거래소 이사장 임기 시작 전부터 '모피아'라는 꼬리표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공무원들의 경직된 사고가 거래소를 관치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렇지만 기우였다. 취임하고 보니 세제 공무원 출신다운 꼼꼼함이 강점이 됐고, 업계에서 갈고 닦은 유연함도 거래소에 시너지를 일으켰다. 노조와의 갈등이 생각보다 세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거래소 노조 관계자는 "최 이사장이 노조가 요구하는 조직쇄신에 대한 자신의 청사진을 내놨다"며 "타협할 건 타협하되 업계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뚝심있게 피력했다"고 말했다.
거래소 이사장 선임이 진행중이던 당시 포부를 묻는 질문에 그는 "마, 열심히 하겠심더"라고 던졌다. 구수하지만 건조하게 말하는 목소리에는 업계를 살리겠다는 간절함이 묻었다. 내년 1월 9일 경 최 이사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거래소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