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18일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연기 결정을 밝히면서 경기 회복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축소할 만큼 성장이 강하지 않고, 특히 고용 지표가 부진하다는 얘기였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연준의 테이퍼링 조건으로 특정 규모의 비농업 부문 고용 창출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연준의 발목을 잡은 요인은 따로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에도 금융권 신용이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이 때문에 연준이 테이퍼링 카드를 내려놓았다는 얘기다.
앞으로 연준의 양적완화(QE) 축소 여부 역시 경제지표 이외에 신용시장의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는 강조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하는 조절국가금융상황지수(ANFCI)가 지난해 11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 금융시장의 신용 상황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 지수는 금융시스템 내에서 유동성 흐름의 현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신용 상태가 크게 악화되기 전 조기 경보 시스템의 역할을 한다.
매주 수요일 발표되는 이 지수는 은행간 대출 상황과 기업 자금 조달, 소비자 신용 등 12개 주요 항목을 분석해 신용 리스크를 진단한다.
정상 수준인 제로(0)를 기점으로 지수가 마이너스로 기울수록 유동성 흐름이 원활하다는 의미이며, 플러스 영역으로 상승할 경우 경색 조짐이 발생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에서 벤 버냉키 의장은 신용 상태가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하고,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경제 전반의 회복과 고용 개선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세인트 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가 내달 연준의 QE 축소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연내 테이퍼링이 단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제 보좌관을 지낸 로렌스 린지는 “연준이 자산 매입 축소를 단행하려면 앞으로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라며 “적어도 연내 QE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 경제 성장률이 아무리 높아도 2.2%에 그칠 것”이라며 “금리인상 역시 시장의 압박이 없는 한 단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