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이어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축소 시도가 불발됐다.
이틀간의 회의를 가진 연준이 예상밖으로 자산 매입 축소를 연기하기로 한 데 대해 주식과 국채 및 원자재 등 자산시장이 일제히 랠리했지만 반길 일이 아니라는 의견이 번지고 있다.
소위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의 연기는 연준의 경기 전망이 흐리다는 사실의 의미하며, 인공적인 생명 연장 장치를 제거했을 때 실물경기가 회복을 지속할 것인가에 대해 정책자들의 자신감이 그만큼 낮다는 뜻이라는 얘기다.
TD증권의 에릭 그린 채권 및 상품 리서치 헤드는 “이날 회의 결과는 연준의 두려움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상당 기간 테이퍼링에 대한 신호를 시장에 보내며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물러선 것은 금리 상승을 실물경기가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향후 경기에 대해 자신하지 못한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이날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산 매입 축소 일정을 사전적으로 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힌 한편 연내 테이퍼링 시행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에서 발을 빼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BTIG의 댄 그리호스 전략가는 “이날 회의 결과로 연준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덫에 걸려들기를 자처한 셈”이라며 “연준이 밝힌 테이퍼링 연기 이유를 근거로 한다면 앞으로 결코 이를 단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버블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이날 연준의 결정이 시장을 더욱 왜곡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가세했다.
린지 그룹의 피터 부커바 매니징 디렉터는 “QE의 정책적 효과가 이미 소진한 상태”라며 “경기 회복에 기여하지 못하는 가운데 자산 가격의 왜곡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준은 경기 회복이 비전통적 통화정책에서 발을 뺄 정도로 충분히 강하지 않으며, 고용 회복 역시 저조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재정 부실 문제까지 맞물려 부양책을 축소할 만큼 적절한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 정책자들의 판단이다.
이날 연준 정책위원들은 첫 금리인상 시기를 2015년으로 예상했다. 단 한 명의 위원이 2016년으로 예상했다.
연준은 또 2016년 실업률이 5.4~5.9%로 하락하는 한편 성장률이 2.5~3.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인플레이션은 1.7%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