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며칠 연차를 쓰고 돌아오니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에서 위원장까지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믿고 맡긴 사이, 의자 하나가 또 비어 있었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설치를 논의하는 국무총리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는 당초 16명으로 출범했다. 국무조정실은 "향후 1년간 검찰개혁 쟁점 사항을 논의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할 자문기구"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일부 위원이 집단 사퇴한 데 이어, 이달에는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까지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출범 당시의 절반 가까운 인원(7명)이 떠난 셈이다.
이탈의 직접적 계기는 정부 입법예고안을 둘러싼 이견이었다고 한다. 초반에 집단 사퇴한 위원들은 법안이 자문위 논의와 거리가 있다고 반발했고, 잔류 위원들 역시 일부 조항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자문위 내부에서도 견해차는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사퇴 위원은 인터뷰에서 "보완수사권 인정과 전건송치를 주장하는 쪽이 다수였고, 철저한 수사·기소 분리를 주장한 쪽은 소수였다"고 설명했다. 정부안과 자문위 사이의 간극뿐 아니라 자문위 내부에서도 제도 설계를 두고 의견이 갈렸음을 짐작하게 한다.
박 전 위원장 역시 사의 표명문에서 "충분한 숙의와 균형 잡힌 토론보다 감정적 접근이 앞서는 현실"을 우려했다.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에 문제를 제기하며 자리를 떠난 그의 모습은 이런 내부 갈등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검찰개혁처럼 형사사법 체계의 뼈대를 짜는 논의라면, 바로 그런 충돌을 견디며 끝까지 얼굴을 맞대고 토론하는 모습 자체가 숙의의 한 형태일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견해가 같은 자리에 남아 부딪히며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숙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견이 있더라도 9월 30일 임기까지 자리를 지키며 끝까지 논쟁하는 것 자체가, 그 제도를 제대로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의자에 끝까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국민은 "그래도 누군가는 이 제도를 붙잡고 있다"고 믿을 수 있다.
지금 자문위 안팎에서는 추가 충원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빈자리를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한 설명도 아직 없다. 자문기구의 구조가 축소된 상태에서 논의가 이어진다면 이를 토대로 도출된 권고의 대표성과 설득력도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형사사법 제도는 한 번 설계되면 오랫동안 사회의 기본 구조로 작동한다. 잘못 설계된 제도의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하나의 결론을 빠르게 도출하는 것보다, 결론에 이르기까지 서로를 설득하려 애쓴 흔적이 보고 싶다. 그런 논쟁을 끝까지 감당하는 자문기구가 있어야, 기자도 국민도 잠시 자리를 비워도 괜찮다고 믿을 수 있다.
yek10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