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요즘 경영트렌드는 아무래도 기초체력 다지기가 아니겠습니까. 불황의 그늘이 짙고 경제민주화 이슈까지 발목을 잡았으니 어느 때보다 기초체력이 중요한 때이죠."
최근 만난 재계의 한 인사는 "올해 기업들이 인재경영이나 품질, 안전 관리 등 기초적인 현안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며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겠냐"고 이같은 해석을 내놨다.
세계경제의 침체가 여전하고 국내만 하더라도 경제민주화 이슈까지 경영을 짖누르는 상황이어서 기업들이 특히 '인재'에 키워드를 맞추고 기본 체력 자체를 배양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게 이 인사의 견해다.
인재를 통한 기초체력 다지기는 도약기가 왔을 때 한층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경쟁력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최우선 전략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은 앞다퉈 인재 관리의 기본적인 경영사안을 크게 강조하는 분위기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어쩌면 당연한 현안이지만 수없이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핵심 경쟁력이 바로 인재의 육성과 발굴이기 때문이다.
여러 대기업 관계자들도 이런 해석에 공감을 표한다.
A사의 부사장급 한 임원은 "저성장 시대가 지속될 수록 인재의 육성은 어느 투자보다 집중해야될 부분이고, 수백번 강조해도 지나치 않다"고 말했다.
B사의 한 관계자도 "불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단순하게 방어적인 경영을 펼치는 것이 아니고 꼭 필요한 부분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인재 육성이나 리스크 관리에 올해 특히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각 기업들이 다양한 방면에서 공을 들이는 인재육성 프로그램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당장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찾는 것과 병행해 장기적 안목에서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도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잇따라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디자인 인재나 소프트웨어 인재를 육성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는 중이고, 대내외 인재를 통해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10년간 1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그룹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도 최근 시작했다.
현대차도 창의인재 육성 부분에서 정몽구 회장의 사재가 출연된 정몽구재단을 통해 연간 수백억원 이상의 뭉칫돈을 쏟아붙고 있다. 현대차는 또, 직접 발로뛰며 지방의 인재를 찾아 나서겠다며 이날부터 지방인재 채용행사에 돌입한 상태다.
각 기업의 이같은 채용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은 특히 스펙보다는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인재를 등용하려는 분위기다. 단적으로 삼성은 '도전' 정신을 최우선 인재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른바 강남패밀리로 불리는 정형화된 인재상은 더이상 기업이 선호하지 않는 셈. 기업들이 헝그리 정신과 조직에 대한 로열티를 최근 채용에서 우선시하는 풍토도 이런 측면이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80개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졸 신규채용과 스펙 연관성 조사'에서도 영어 점수나 학점 등 일반적인 스펙보다는 도전정신과 열정을 기업들이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냈다.
한편, 각 기업들은 최근 인재 관리와 함께 품질이나 안전 관리 등에도 내부 역량을 총결집 시키고 있다. 품질이나 안전 문제는 시장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부분으로 한번의 실수가 기업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인재경영이나 품질경영, 안전관리 등의 강조점은 가장 기초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경영과제"라면서 "이런 기본기가 흐트러지며 무너진 기업의 사례가 셀 수 없는 만큼 불황기에는 기업들이 이와 같은 현안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