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에 유동성 과잉공급 안할 것"
[뉴스핌=이동훈 기자] 정부 주택전세대출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30% 가량 감소했다.
이는 대출 자격요건이 지난해보다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이후 전세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전세자금 대출 자격 요건을 완화할 방침이 없다.
이는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돌려 매매시장 정상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또 전세시장에 과잉 유동성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표적인 정부 주택전세자금 대출 상품인 '근로자·서민 주택전세자금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6월말까지 1조6000억원이 대출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의 70% 수준이다.
근로자·서민 전세대출은 연간 대출금리가 3.3%로 시중은행권 전세자금 대출 금리(연 4.15~5.15%)보다 최대 1.8% 가량 낮다. 더욱이 주택구입자금 대출과 달리 우대형 보금자리론 같은 경쟁 상품도 없다.
하지만 올해 들어 대출실적이 격감했다. 이같은 전세 대출 실적 부진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풀이된다.
우선 지난해보다 대출자격요건이 깐깐해졌다. 지난해까지 근로자서민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면 세대주 1인의 소득이 상여금을 제외한 3000만원 이하여야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부부합산 연소득 4000만원 이하로 대폭 강화됐다. 여기에 연소득에 상여금이 포함됐다. 이에 다수의 사회 초년병들이 정부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 어렵게 된 셈이다.
이는 정부 전세자금 대출이 고액 전세세입자를 위해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달 12일 정부가 부부합산 연소득을 다시 5000만원으로 올려주며 다소 완화했지만 여전히 지난해에 비해 자격 요건이 까다롭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또 4.1 주택종합대책의 영향으로 4월과 5월 전세 거래건수가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전세 거래량은 전달인 4월에 비해 11% 감소했다. 또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도 2.3% 줄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전세난이 재연되면 근로자·서민 전세자금 대출이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국토부는 지난달 대출 요건을 강화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동안에는 자격 요건을 다시 완화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다시 대출 자격요건을 완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고액 전세 세입자를 정부 대출로 지원해줄 필요는 없다"고 못박았다.
국토부가 전세자금대출 규모를 확대하지 않는 것은 전세시장에 유동성을 과잉 공급하지 않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정부 전세자금대출은 구입자금과 달리 대출 한도가 없다. 대출금리가 시중 은행권 금리에 비해 크게 낮기 때문에 대출 자격마저 쉬우면 자칫 전세시장에 자금이 너무 많이 풀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이동하기도 어렵고 오히려 전셋값만 더 올라갈 우려가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근로자·서민 주택 전세자금 대출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좋은 방법이지만 지나치게 과잉될 경우 주택시장 정상화를 해칠 수 있다"며 "다만 정부도 시장 정상화만을 바라보고 전세난을 수수방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