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지표, 주택경기는 활발.. 관건은 고용·물가
[뉴스핌=주명호 기자] 버냉키가 미국 경제를 잘못 짚었을까.
미국 1분기 경제성장률 최종치가 이전 예상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놓으면서 시장은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9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다른 결과에 놀란 눈치다.
일각에서는 미국 경제와 통화정책 축소에 대한 버냉키의 판단이 틀린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마저 들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수정된 1분기 GDP의 내용과 함께 2분기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시장의 판단이 올바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6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 1분기 GDP성장률 최종치는 1.8%를 기록해 수정치인 2.5%은 물론 전문가들이 예측한 2.4%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번 발표는 미국 경제 둔화 우려를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연준이 제시한 연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도 사그라들면서 증시는 오히려 반색하는 모습이다. 다우존스지수는 1.02% 급등한 1만 4910.14에 장을 마쳤다.
하지만 1분기 지표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앞서 예비치보다 수정치가 더 낮아질 것이란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소비지출이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은 지난 4월 예비치가 발표됐을 때도 나온 바 있다. 소득세 인상으로 개인 수입이 감소했고 기업 또한 미국 국내보다 해외 수익 의존도가 더 높았다.
정말로 주목해야할 부분은 주택부문의 회복세다. 주택투자는 이전 예상치 12.1%를 상회한 14%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국 주택 건설 및 개조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개인 고정주택투자 비중은 전체 GDP의 18.9%로 약 5분의 1수준에 가까워졌다. 그만큼 미국 주택시장이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는 뜻이다.
버냉키 또한 주택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기자회견에서 그는 낙관론의 증거로 최근 주택 및 금융시장의 개선세를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주택지표들을 살펴보면 이는 더 명확해 진다. 5월 기존주택판매는 518만 건으로 2009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고 매매 평균가 또한 전년대비 15.4%나 급등한 20만 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게다가 이번 발표는 이미 3개월이나 지난 1분기 지표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장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2분기의 경제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지행지표라는 의미다.
이번 GDP 수정 결과에 기반해 연준이 완화 축소 시기를 더 늦출 것이라는 전망도 합리적이지 않다. GDP가 중요한 지표이지만 연준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좀 더 실물경제 동향을 가깝게 해석할 수 있는 고용 및 물가 지표이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전부터 실업률 및 고용률, 물가, 물가 기대치 등에 주목하며 정책 결정을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현재 실업률 및 물가가 연준이 제시한 목표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1분기의 기대이하 성장이 축소 시기에 영향을 주긴 힘들다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 실업률은 7.6%를 기록하며 내년까지 '중간 목표치' 혹은 버냉키 의장이 말한 '가이드라인'이 되는 7%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이 제시한 실업률 목표는 6.5%인데, 당초 금리인상을 개시할 예정인 2015년에는 이보다 낮은 6%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이른바 '에반스 룰'의 목표치인 실업률 6.5%보다 좀 더 강한 목표를 제시해야 된다는 의견이 제기될 정도다.
한편, 이번 GDP발표를 놓고 수치 자체가 너무 낮게 책정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르네상스 마르코 리서치의 닐 두타 미국경제부문 수석은 "근로시간과 생산성을 고려한 성장률은 4.1%에 이른다"며 "근로시간이나 생산성은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는 점을 살펴보면 GDP가 낮게 수정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