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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커·그린스펀 "버냉키사단, 오만해" 쓴소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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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 보수주의, 금융권의 불만 반영한 듯

[뉴스핌=김사헌 기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힘겨운 나날을 거듭하고 있다. 전직 의장들이 현직에 있는 그의 고충을 들어주거나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너무 시건방지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갑자기 불거진 전진 연준 의장들의 현직 의장에 대한 비판은 전례가 없는 행위다. 아마도 이것은 버냉키가 이끄는 연준과 시중은행들 사이에 발생한 마찰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은행권의 배후에는 정치적 보수주의가 숨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전임 연준 의장의 충고는 그나마 감사하게 들어줄 만하다. 그는 이번 달 7일 CNBC방송 대담을 통해 "버냉키 사단의 제로금리 정책은 금융시장에 도움이 됐지만, 이제는 시장이 준비가 덜 됐다고 해도 자산매입 정책의 축소에 빨리 나서야 할 때"라고 상대적으로 온건한 비판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에 앞서 폴 볼커(Paul Volcker) 전 의장의 비판은 학문적인 입장까지 건드리는 '독기'를 품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볼커 의장은 지난달 29일 뉴욕 이코노믹클럽에서 행한 강연을 통해 "계량경제학자들의 추상적인 경제모형화와 끊임없는 회귀분석은 [중앙은행의 정책을 실행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질 않는다"라면서, 또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적인 새로운 접근 방식은 수리학적인 한계에 대해 인식하기는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인 학문"이라고 지적했다.

볼커 의장의 말인즉슨, 버냉키 사단이 경제의 미세조정에 수리적 모형화를 적용할 수 있다는 식의 '공부벌레'들이나 하는 주장을 하고, '행동경제학'의 진수를 실천하고 있다고 근거없이 생각하는 식으로 자기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행동경제학 면에서 '테이퍼(taper)'란 용어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인 연준에 대해 시장의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약이나 알콜 등 강력한 중독성 물질에 대한 의존도를 차츰 줄여나간다는 '테이퍼'란 단어가 느린 속도로(slow) 지속적으로(steady) 예측 가능한(predictable) 정도로 축소된다는 의미가 있는데, 연준 관계자들은 여기서 '느린'이란 사전적 의미는 받아들이지만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이라는 의미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테이퍼 오프(taper off)'란 숙어는 이 과정이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좌절 혹은 훼방받는다'는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의 축소 계획을 매우 잘 보여준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것이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윌리엄 더들리 총재가 사용한 '다이얼 백(dial back)'이란 숙어나 "자산매입 정책을 통해 가미했던 완화(accommodation, 수용) 수준을 줄이는 계획"이란 묘사보다 오히려 낫다는 것.

연준이 이렇게 단어의 의미학을 둘러싸고 우스운 태도를 보인 배경은 뭘까, 무엇보다 채권시장이 양적완화의 '완전한 종료'라는 최종 목표를 아직은 모두 반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린스펀 전 의장이 연준의 최근 행보에 대해 쓴소리를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적인 게임에서 중앙은행이 제대로 된 '기예(art)'를 보여줄 수 있다는 식의 '오만함'을 버리라는 얘기 말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앞서 방송 대담에서 "금융시장이 언제 어떤 정책적 변화가 있을 지를 이해하고 무작정 기다릴 수 있다는 식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면서, "이보다는 연준이 너무 과도한 자산을 매입했다는 점을 모두가 빨리 인식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우회적으로 버냉키 사단을 비판했다.

볼커 전 의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인 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고 있다"면서,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금융 경제의 투기적인 왜곡이나 인플레이션 위험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버냉키 의장은 물가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두 가지 임무를 결합하면서, 제3차 양적완화(QE3)에는 6.5% 실업률 달성이라는 목표를 달았다. 그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 항상 상보적일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수리적인 모형분석을 통해 한 가지 목표로부터 다른 것을 분리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볼커 전 의장은 이에 대해 논박한 것이다.

그는 "이중 임무라는 것 자체가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경제성장과 물가 사이의 상충관계에 대해 환상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 안정'으로 중앙은행의 목표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적완화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다.

볼커 의장의 입장은 금융권의 연준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와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말 공개된 연방자문위원회 회의록에 의하면, 일부 시중은행들이 QE3가 체계적인 금융 위험을 유발하고 금융회사에게 구조적인 문제를 양상할 수 있다는 노골적인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드너났다.

연준이 15년~30년 만기의 모기지담보부증권(MBS)를 대량 매입함에 따라 은행 포트폴리오 '먹거리'인 투자자산의 수익률이 떨어지자, 이를 만회하려고 채권보유만기를 늘리고 유동성이 낮고 높은 신용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이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연준의 자산매입이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경기를 더 부양하고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올바른' 정책인지는 확실치 않다며 정책의 유의미성 자체를 부인하는 주장을 했다.

또 이들은 연준이 5년 동안 대규모로 MBS를 매입했기 때문에 이미 주택금융시스템의 일부가 되었으며, 따라서 출구전략을 개시할 경우 소비자와 기업에게 고통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보다 과감한 완화정책과 재정지출을 요구하는 폴 크루먼과 같은 학자는 반대로 버냉키 의장이 학자적인 면모를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고 보수적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비판한다.

그는 최근 저서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에서 실업보다는 재정적자에 초점을 맞추면서 긴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거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언급한 '리카아도식 경제학'에 해당한다면서, "이러한 주장은 결국 채권자들, 즉 생계를 위해 일하고 돈을 빌리는 사람들의 반대편에서 그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있는 사람들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일갈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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