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미국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미국인들은 실업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나이와 인종의 차이에 따른 실업률의 극명한 차이가 여전하다.
7일 발표된 미국 5월 고용보고서 결과는 비농업부문 신규일자리 수가 17만 5000개로 예상했던 것보다 양호했다. 4월의 15만 개 미만 수치에 비해 개선된 것이다. 최근 12개월 월 평균 일자리 증가 규모는 17만 2000개가 됐다.
실업률은 7.6%로 소폭 상승했는데, 이는 구직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결과에 '환호'했다. 미국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이면서, 연방준비제도가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해야 한다는 명분도 만들어줬다고 보기 때문이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말한 '화폐 코카인'은 계속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 금융시장 환호 "화폐 코카인 계속 투여된다"
채권운용사인 핌코(PIMCO)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담당이사(CIO)는 실업률이 4년 최저치였던 4월보다 올라간 것은 연준이 자산매입 정책을 조기에 축소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업률 뿐 아니라 주당 평균노동시간이 늘지 않고 시간당 임금의 증가세가 중단된 점도 끔찍하다"고 강조했다.
일자리가 늘었지만 노동시간이 그대로이고 시간당 임금이 늘지 않았기 때문에, 총 임금은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정도로는 5월 소매판매가 겨우 감소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일 뿐 완전고용과 잠재성장률로 경제가 회복할 수는 없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연준이 지난해 9월 850억 달러 규모의 3차 양적완화를 개시했을 때 미국 실업률은 7.8%였고, 개인소비지출 물가 상승률은 1.6%에 경제활동참가율은 63.6%였다. 그런데 지금도 실업률은 7.6%에 달해 좀처럼 빠르게 개선될 조짐이 없고, 물가 압력은 0.7%까지 낮아졌으며 경제활동참가율은 63.4%로 낮아졌다. 연준은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이란 이중 임무를 다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로스 CIO는 "고용 통계로 볼 때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2%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1분기에 2.5%에 달했던 미국 경제성장률은 1% 아래로 뚝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해석해 볼 때 이날 다우지수가 200포인트 급등한 것은 경제 전망을 낙관하고 완화정책이 회수되어도 상관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화폐 코카인' 공급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인 것도 양적완화 축소 개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당분간 완화정책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에 따라 주가가 상승하자 여기서 이익을 얻기 위한 순환매가 발생한 것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5월 고용보고서를 들여다보면 1180만 명에 달하는 미국 실업자들은 계속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청년층, 그 중에서도 흑인과 라틴인은 4명 중 1명 이상이 일자리가 없는 상황이다.
16세부터 24세 사이의 흑인의 실업률은 4월에 24.9%였는데 5월에는 28.2%까지 치솟았다. 같은 연령층의 라틴인 실업률는 16.6%로 4월과 같았다. 16세부터 24세 사이의 남성 실업률은 18%로, 4월의 17.1%보다 상승했다.
◆ 16세~24세 흑인 청소년의 실업률 30%에 육박, 실업급여 축소
참고로 5월 기준으로 미국의 실업률은 성별로 보면 남성실업률이 7.2%, 여성실업률이 6.5%였으며 10대 실업률은 24.5%로 나타났다. 인종별로 보면 백인 실업률이 6.7%, 흑인실업률은 13.5%, 히스패닉실업률은 9.1%였다. 아시아인의 실업률은 4.3%에 그치고 있다.
27주 이상 일자리가 없는 장기실업자의 수는 440만 명에 달한다. 최근 1년 사이에 이 실업군은 100만 명 줄었다.
노동부가 제시하는 보다 포괄적인 총실업률인 'U-6'는 13.8%로 4월보다는 약간 개선됐다. 이 총 실업률과 비교할 때 7.6%의 'U-3' 공식 실업률은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U-6' 실업률에는 총 실업인구와 함께 고용통계 조사기간에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취업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 포함된다. 또한 일자리를 원하지만 찾지 못해 절망한, 최근 12개월 내에 한 차례라도 간신히 고용통계에 포함됐다 안 됐다한 '한계 노동자(marginally attached workers)와 정규직 일자리를 원하지만 경제적 이유로 인해 시간제로 일하는 '비자발적 시간제 노동자'도 집계한다. 분모는 경제활동인구에 한계 노동자를 더한 숫자가 된다.
한계 노동자의 수는 220만 명이다. 이 중에서 5월에 일자리가 없다고 보고 구직을 포기한 '낙담한 노동자(discouraged workers)'의 수는 78만 명에 달한다. 또 강제로 노동시간이 단축됐거나 정규직을 구할 수 없었던 비자발적인 시간제 노동자의 수는 79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을 더하면 실업인구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5월에 총실업률이 0.1%포인트 하락했는데, 과연 이것이 경제활동인구로 더 많은 사람이 편입되어서인지 아니면 일자리에 대한 희망 자체를 포기한 사람이 늘어서인지는 확실치 않다.
5월에 증가한 일자리도 주로 임금이 평균적으로 낮은 소매업에서 2만 8000개, 레스토랑이 3만 8000개가 늘어난 것이며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제조업에서는 일자리가 줄었다. 또 주택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는 데도 건설부문 일자리는 7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더욱 좋지 않은 것은 위기 이후 최근까지 기업들의 실적은 크게 회복되거나 급증했는데 노동자의 몫은 회복되지 못했고, 더구나 강제적인 재정지출 축소인 '시퀘스터'의 영향으로 23개 주에서 실업급여를 줄이는 등 사회적 안전망이 약해졌다. 무려 380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들이 급여 축소에 직면했다.
수백 명에 달하는 월마트의 직원들이 연봉 2만 5000달러 이상과 근무시간을 보장하라고 사측과 대치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들은 평균 시급이 8.81달러에 그쳤다고 주장했는데, 월마트 측은 사실과 달리 평균 시급은 12.67달러에 달한다고 해명했다.
미국 7개 도시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패스트푸드 점포 근로자들이 시급 15달러를 요구하면서 최저임금으로는 살아가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