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갑작스럽게 하루 만에 7.3%나 폭락한 닛케이 주가지수를 두고 "아베노믹스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다소 섣부른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월가의 반응이나 일본 시장의 후속 흐름은 판단하기에 이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주요 증시 전문가들은 그 동안 엔화 약세에 기초해서 수출주 위주로 급등했던 일본 증시가 한 국면을 마치고 당분간 새로운 활력을 찾는 과정이며, 당분간 변동성은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 23일 닛케이225 평균주가지수는 1143.28엔 7.32% 폭락한 1만 4483.98엔으로 장을 마치며 2년래 일일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달러/엔은 103엔 중반선에서 101엔 선까지 급격한 역전 양상을 보였다. 다만 장중 1%를 기록했던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0.845%로 급반락했다.
전날 일본 증시가 마감하는 시점까지만 해도 S&P500 지수선물이나 나스닥100 선물은 모두 1%대 하락, 월가의 동반 급락을 예고했다. 하지만 뉴욕 증시는 개장 초반 1~2% 정도 하락했다가 낙폭을 만회하면서 약보합 선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24일 개장한 일본 증시는 곧바로 3% 넘게 급등했고, 100엔 선까지 하락했던 달러/엔도 102엔까지 회복했다.
이번 주가 급락을 이끈 표면적인 재료는 HSBC의 중국 제조업 PMI지수가 7개월째 하락하면서 위축국면을 시사하는 50선 아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예상보다 일찍 양적완화 정책을 회수하기 시작할 수 있다는 관측이나, 일본 국채시장의 금리 상승에 따른 동요가 부담이기도 했다.
좀 더 본질적인 재료는 미국이나 여타 주요 증시가 양적완화 회수 가능성이나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앞서 조정을 받을 때도 일본 증시는 이를 무시하고 계속 상승했다는 '상승 피로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일본 증시 거래 거래 주체의 비중은 개인 투자자들이 20%정도에서 거의 40%까지 늘었고, 외국인 비중은 줄었다. 일본 기관투자자들은 여전히 주식보다는 채권을 매수해왔다. 일부 외국계 헤지펀드의 차익실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미리 들려왔다.
목요일 일본 증시 급락에는 일부 파생상품 헤지를 위한 기관의 선물매도가 기여했다는 소식도 있지만, 급격하게 몰려든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투매가 나타난 것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외국인이 아니라 개인이 하락을 주도했다는 것은 다소 안도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외국인들은 올들어 무여 9조 엔에 달하는 자금을 일본 증시에 쏟아부었는데, 이 자금이 금방 빠져나갈 조짐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주요 온라인증권사인 가부닷컴은 이날 거래액이 2870억 엔으로 평소의 10배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개인 데이트레이더가 크게 증가한 단면으로, 기관들은 적극적으로 거래하지 않고 대응하는 정도에 그쳤다고 분석된다.
일본 증시 전문가들은 상황을 어떻게 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사태가 앞만 보고 달려온 아베노믹스의 질주에 대한 '경고음'이라거나 부작용이 드러난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아직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대세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닛케이지수 폭락 소식을 전하면서, 미즈호증권의 우에노 야스나리 수석시장이코노미스트는 "목요일 주가 폭락은 아베노믹스 드리머에 대한 경종"이라고 지적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우에나 수석이 그 동안 계속해서 위험자산으로 투자자들을 내모는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FT는 이날 주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로운 정책의 성공에 대해 믿는 분위기가 약간 우세하다면서, 특히 23일 일본 증시 거래액이 올들어 일일 평균 거래액보다 두 배 이상 많은 5조 8000억 엔으로 사상 최대 규모에 달했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도쿄지사의 가미야마 나오키 수석주식전략가도 "이런 주가 폭락 사태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지만, "거래액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파는 사람도 있지만 이것을 받아내는 사람 역시 많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디트스위스 도쿄지수의 주식판매 담당 이사는 개인들이 주로 매도의 주체였고, 기관은 패닉 매도에 나서지 않았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주가지수가 지난 6개월 동안 쉬지 않고 55%나 올랐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조정국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변동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단순히 엔화 약세 수혜주인 수출주를 매입하는 것보다는 성장전략인 '세번째 화살'에 수혜를 입는 종목 찾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FT 지는 하지만 장 일본 증시 강세장이 종료된 것은 아니며, 투자자들이 거시와 미시, 펀더멘털과 자산시장의 간극을 살펴보면서 조정하는 과정이 전개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는 미즈호증권의 아시아 헤드인 아사데 요헤이 씨의 견해를 전했다.
또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줄리언 제솝 수석글로벌이코노미스트는 "엔저가 이끄는 주가 상승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번 주가 조정이 강세장의 끝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더 오르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