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국채매입 지속"…"일본증시 조정 필요"
[뉴스핌=주명호 기자] 일본의 폭락에도 미국증시는 담담했다. 폭락의 원인으로 작용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의 국채매입 축소 발언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적다며 일축하는 분위기다.
23일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지수는 1만 4483.98엔에 장을 마치면서 전날대비 7.32% 폭락했다. 지난 2011년 대지진 이후 최대 일일 하락률이며 하락폭(1143.28엔)으로는 13년래 최대다.
유럽 또한 급락했다. 범유럽지수 FTSE유로퍼스트300 지수는 2.1% 하락한 1229.94로 내려앉으며 2012년 7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일본과 유럽의 혼란에도 미국증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우지수는 1만 5294.50으로 마감해 전일대비 0.08% 떨어지는데 그쳤다. 1%대 하락을 보였던 S&P500 지수도 점차 하락폭을 축소하면서 0.29% 내린 1650.51로 장을 마쳤다.
이번 일본증시 폭락은 버냉키 연준 의장의 말 한마디가 빌미를 제공했다.
22일 버냉키 의장은 "고용시장이 개선세를 유지할 경우 향후 수개월 내에 국채매입 규모 축소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양적완화 조기종료 우려감을 퍼뜨렸다. 여기에 중국 제조업 부진은 투자자들을 일거에 투매로 돌아서게 했다.
반면 월가의 전문가들은 이런 불안심리에 대해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노동시장의 위축이 지속될 것이라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용지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버냉키가 쉽사리 통화정책을 종료할리 없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마이클 핸슨 연구원은 "회복세가 확실히 이어질 것이라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연준의 통화정책은 축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성장둔화 및 물가불안정 때문에 내년까지는 축소 논의가 나오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홀야드 어셋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케스트너 대표는 버냉키의 발언에 대해 "부양책 축소가 이루어지기 전에 시장이 미리 대비하길 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주식이 비싼 상황에서 이런 조정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올해들어 보였던 일본증시의 급격한 상승세를 감안하면 이번 폭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IFR 마켓의 디브앙 샤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일본증시는 불과 2주 전인 5월 10일 수준으로 돌아간 것 뿐"이라며 "상승이 가파를 수록 하락 수준도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증가도 주가 조정에 영향을 미쳤다. 니코 어셋 매니지먼트의 츠지무라 히로키 투자담당책임은 "주가가 상승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자연스럽게 차익 실현을 하게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본증시는 아베 신조 총리 취임 후 적극적인 통화정책에 힘입어 아무런 중간 조정없이 상승을 거듭해왔다.
닛케이지수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40% 이상 상승했다. 올해 닛케이보다 더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 곳은 베네수엘라, 가나, 두바이뿐이다.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S&P500 지수는 18% 올라 닛케이에 한참 못 미쳤다.
오늘 일본증시는 전날 충격에서 벗어나 큰폭으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오전 10시 36분 현재 닛케이지수는 3.25% 오른 1만 4954엔을 기록 중이다. 토픽스도 2.85% 상승한 1222.15를 지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