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구속되면서 오너의 부재에 대한 SK그룹의 영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까지 그룹내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 같은 중대 결정을 최 회장이 주도해온 탓이다.
실제 최 회장 구속 직후 SK그룹이 STX팬오션 인수전에 불참하기로 결정하는 등 사업에 적잖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 1일 최 회장이 구속된 이후 김영태 SK 사장 주재로 계열사 CEO들이 참석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STX팬오션 인수전 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유보키로 했다.
최 회장의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이날 CEO들은 각 계열사별로 추진해 온 사업은 예정대로 마무리하되, 신규 사업은 가급적 중단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의 사업계획도 변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추진해 온 해외 석유 및 가스 개발업체 인수 작업과 브라질 등 해외광구 개발 등도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지난해 초 인수한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 및 공격적 경영방침도 한풀 꺾일 가능성이 커졌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오너가 구속된 경우 대부분 오너가 주도하던 사업이나 의사결정이 일제히 중단되는 등 영향이 적지 않다”며 “특히 글로벌 경기 한파인 최근 이같은 상황은 자칫 기업 전체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SK그룹은 경영공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이 지난해 말 발표한 ‘따로 또 같이 3.0’이 시행되는 탓이다. ‘따로 또 같이 3.0’은 오너의 권한을 각 계열사 CEO에게 부여하고 이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부문별 의원회가 그룹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각 CEO의 권한과 역할이 확대되고 이에 따른 책임도 커지는 구도다.
특히 그룹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이 선임되면서 그가 최 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제 첫걸음을 뗀 ‘따로 또 같이 3.0’의 시험대가 최 회장의 부재 속에 이뤄져야한다는 점이다. 당초 최 회장은 그룹의 대표직을 내려놓기로 했지만 이와 별개로 해외사업과 차세대 먹거리 등 그룹 차원의 큰 그림을 그리는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었다.
결국 이번 법정구속으로 인해 활동이 불가능해진 만큼 장기적인 영향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 회장이 자연스럽게 그룹 의사결정 과정에서 빠지는 과정이었으면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최 회장을 그룹 의사결정에서 배제시키기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고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