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20일(현지시간) EU 정책자들이 그리스 2차 구제금융을 승인할 것으로 보이지만 회생 여부가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GDP 대비 160%를 웃도는 부채 비율을 2020년까지 120% 이내로 떨어뜨린다는 것이 그리스 정부와 EU의 이른바 ‘그랜드 플랜’이지만 전망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1300억 유로(1720달러)의 자금줄을 확보, 중장기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것이 그리스 정부의 계산이지만 시장 불안감은 여전하다.
발 등의 불을 끈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그리스가 유로존의 ‘아킬레스 건’으로 남은 것은 무엇보다 긴축안 이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가 침체로 빠져든 가운데 그리스 정부가 고강도 긴축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과 여론 악화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시장은 확신하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EU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는 그리스 개혁안 추진 현황을 분기별로 점검할 예정이며, 유럽위원회(EC) 역시 수십 가지 항목에 대해 강도 높은 감독에 들어간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그리스가 이들의 감독 요건과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IMF는 최근 그리스의 2020년 부채 비율이 GDP의 129%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실물경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부채 비율을 낮추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장기 목표 달성에 대한 시장의 불신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또 2차 구제금융은 에스크로우 계좌로 입금, 정부의 예산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부채 원리금 상환에 우선적으로 투입될 전망이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미칼라 마르쿠센 글로벌 이코노믹스 헤드는 “그리스가 앞으로 수년간에 걸쳐 부채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데 난항을 겪을 것”이라며 “소위 트로이카는 불과 몇 분기 안에 그리스가 구제금융 조건을 이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즈 TSB의 칼 파라스케바스 이코노미스트는 “실업률이 20%를 웃도는 상황에 2015년까지 공공 부문 일자리가 20% 줄어들 전망이고, 최소 임금을 22% 감축할 계획”이라며 “유럽 정책자들과 경제학자들 모두 그리스의 긴축안 이행 여부와 중장기 성장 전망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내달 20일 부채 만기 역시 완전히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주장도 나왔다. 포렉스닷컴의 캐슬린 브룩스 리서치 디렉터는 "최근 위험자산이 강세를 보인 것은 그리스의 디폴트 불안감이 상당 부분 걷힌 데 따른 것이지만 부채 만기를 넘기기까지 여전히 적잖은 난관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집단행동조항을 포함해 그리스 의회 승인 안건이 남은 데다 일부 민간 투자자들이 국채 손실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돌발 변수가 불거질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