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회사채 기피속에 전망도 불안
[뉴스핌=채애리 기자] 월드건설, LIG건설, 삼부토건, 동양건설산업. 올 들어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 건설사들이다. 여기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진흥기업까지 포함하면 모두 5개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이처럼 국내 건설사가 침체의 늪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건설사 신용시장도 상반기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해외 수주가 가능한 몇몇 대형 건설사 위주의 회사채만이 관심의 대상이었다.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자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상반기 동안 예정된 회사채 발행을 전부 소화하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건설사들이 발행한 회사채는 증권사 리테일 편입이 많았는데 기피현상이 일어나면서 그 쪽에 대한 수요가 많이 줄었다”며 “지난달 현대산업개발 등 A급이 발행을 했지만 아직도 현대상선 등의 채권이 소화가 안 되고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건설사 회사채 발행 현황 [자료제공=한국자산평가] |
문제는 하반기에도 건설경기 상황이 좀처럼 풀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다수를 이룬다는 점이다.
◆ 하반기 건설사 빠른 회복 어렵다
정부는 5.1 주택거래 활성화 정책에서 부실 PF를 흡수할 수 있는 배드뱅크 설립을 대안으로 선보였다.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들도 저축은행을 인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채권을 떠안을 계획이다.
하지만 신용시장에서는 건설사 문제가 더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빠른 회복을 보이진 않을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이 안정될만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해외 수주가 가능한 그룹 계열 대형 건설사들조차 자금 부담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주택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택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고 당분간 살아날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어 주택건설에 의존하던 워크아웃 건설사들 중 추가로 법정관리에 들어갈 곳도 존재한다는 의견이다.
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애널리스트는 “거시적으로 볼 때 건설업계 문제가 완화되고 있지만 금융권이 계속 보수적으로 건설사를 볼 것”이라며 “상위 대형건설사 말고는 계속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좋아져도 약간일 뿐이다”고 전망했다.
신용시장에서는 주택사업을 위주로 하는 중견건설사 한두곳이 더 무너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전체 회사채에서 건설사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에 회사채 스프레드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형건설사, 계열사 + 배드뱅크 효과 볼 수도
건설 업황 자체는 좋지 않지만 주택사업에 의존하지 않고 있는데다 해외 수주도 꾸준히 하고 있는 대형건설사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도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대형건설사는 해외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일괄수주사업(EPC)과 자체개발사업(developer)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 대형건설사는 그룹과 함께 유상증자와 같은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어 현금 확보가 상대적으로 쉽다. 자금 사정이 어려웠던 두산건설도 유상증자에 두산중공업이 참여하면서 조였던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게다가 지난달 출자한 1차 배드뱅크도 대형건설사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 사정으로 진행되지 못했던 좋은 PF를 인수 받아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BNP 파리바자산운용 변영호 팀장은 “EPC와 자체개발사업은 단기적으로 시황의 부침이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과 재무구조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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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채애리 기자 (chaeree@newspim.com)